정국은 朴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다

민주당 특검·국정원 개혁특위 요구 수용 주목
‘가타부타’ 안할 가능성 커… 냉각 심화될 듯

2014-11-17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8일 시정연설이 대치 정국의 향배를 가를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은 그 내용에 따라 교착 상태의 정국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국 경색을 더욱 심화하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박 대통령의 입에 쏠린 상황이다.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정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어떤 내용을 언급하느냐에 따라 정기국회 운영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공언한 바 있다.이번 시정연설의 최대 관심사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원샷 특검’ 도입 요구와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구성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가하는 것이다.야당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에 △대선관련 일체 사건 특별검사 수사 수용 △국가정보원 개혁을 다룰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수용 등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해왔다.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특검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거나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에 개입하지 말고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국정원 개혁특위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침묵을 지키거나 입법부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일일이 ‘가타부타’ 의견을 피력한다면 오히려 그로 인한 정쟁(政爭)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한 여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정연설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연설에 국정원 관련 문제 등 현안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더라도 원론적이거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반면 박 대통령은 각종 민생경제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유럽 순방과 한·러 정상회담을 포함한 그동안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정부의 대북(對北) 및 외교정책 방향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에 대한 지지와 협조 또한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적 요구 사항에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않고 국정 운영 협조를 당부하는 데 주력한다면,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정국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예산안 심사 거부카드까지 꺼내들 가능성을 내비추고 있다. 또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시정연설 후로 연기하고 복지부장관, 검찰총장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연계할 방침이다.민주당은 창조경제 등 박 대통령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을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국가정보원 예산을 삭감하는 동시에 복지예산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에 따라 야당의 예산안 투쟁 강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