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으로 관리하자

김성희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2024-06-26     김성희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
사진=김성희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우리나라 1등 가전제품 회사의 유명한 광고 슬로건으로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오래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후회하지 않으려면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문구다. 오는 7월 어쩌면 한번의 선택으로 노후자산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다가온다.

개인형(IRP)이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가입한 근로자는 7월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정식 시행을 앞두고 거래하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운용지시에 대한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수익률과 운용상품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의 대부분(약 89%)은 적립금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어 최근 5년간 수익률이 1.9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부분이 디폴트 옵션의 도입배경으로 2%의 수익률을 6%까지 올린다면 30년이 지난 후 연금액은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의 힌트를 찾으려면 대표적 연금 운용기관인 국민연금의 자산 구성을 참고하면 좋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지난 3월 말 기준 주식 42.7%, 채권 41.2%, 대체투자 16%로 구성돼 있다. 작년에 –8.22%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6.35%로 상승 전환하며 1988년 이후 연평균 누적수익률 5.11%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민연금이 증명해 주듯 채권과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운용한다면 정기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금융환경 여건을 고려하자. 지난해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풍부한 유동성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높아지며 전 세계 각국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는 높아진 금리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와 디스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예상된다. 미국은 부채한도 협상 타결 후 국채 발행 재개 가능성과 연준의 긴축 부담 잔존으로 금리 상승요인이 남아있으나,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 둔화로 연말까지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 본다. 한국도 역시 기준금리가 상반기 동결 이후 4분기에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며 시장금리도 점진적 하락을 전망한다. 경기침체와 금리인하 시기의 대표적인 투자자산은 채권이다. 채권수익은 이자수익과 자본차익으로 구성되는데 자본차익은 금리하락 시 잔존만기인 듀레이션이 길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높은 이자수익과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국채펀드가 향후 금리하락 시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은 주요국의 금리하락 전망으로 성장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자산운용은 개인의 투자성향, 나이 등도 고려해야 하고, 주기적인 리밸런싱 또한 수반돼야 하므로 바쁜 직장인이라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리하기 쉽지 않다. 이 고민을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형과 4가지 유형의 펀드를 바탕으로 투자 위험상품 비중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눠 구성되므로 개인의 투자성향과 자금 계획에 따라 편리하게 운용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의 화식열전에는 ‘무재작력, 소유투지, 기요쟁시’라는 말이 있다. 재물이 없는 사람은 힘을 써서 돈을 벌어야 하고, 재물이 조금 있는 사람은 지혜를 짜서 돈을 벌어야 하고,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은 시기를 잘 따져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다.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마천이 말한 부가 축적되는 과정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소중한 근로소득을 시기에 맞춰 현명하게 운용한다면 풍요로운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