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좌초된 野 혁신…'이재명 리더십' 놓고 당 안팎 공세
이래경, 설화 논란에 사의 표명…'부실 검증' 도마 당 일각서 이 대표 사퇴 거론…국힘 "국민에게 상처"
2023-06-06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사장이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직에 선임된 지 9시간여 만에 설화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당 안팎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여당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이 대표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향후 혁신위원장 인선 절차 등에서 당내 의구심 해소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오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 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이 이사장 선임을 발표한 지 9시간여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설' 등 설화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를 통해 상황을 정리했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 사의 표명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임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 조작' 발언에 대해서는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는 공식 발표고 저는 그 발표를 신뢰한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인선을 발표하면서 "새 혁신기구의 명칭, 역할 등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우리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이 이사장이 2019년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의 대표 제안자 중 한 명으로 밝혀지면서 친명계 행보를 보였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또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미국 기원설, 대선 조작설 등 음모론 관련 페이스북 글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이 이사장 사태에 비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이 이사장 추천, 검증 과정을 당원과 국민께 자세히 밝혀야 하고 그에 따라 책임 문제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이 대표가 빨리 그 진퇴를 결정해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본인도 그렇고 당을 위해서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이 이사장 자진 사퇴와 관련해 연일 십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상식 밖의 인물로 국민께 상처를 줬다"며 "허울 좋은 혁신위원장을 타이틀로 이 대표 자신을 비호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민과 천안함 용사들 앞에 사과하고, 천안함을 대하는 왜곡된 인식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인사 검증 실패로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의혹' 논란 당시 '뒷북 대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아울러 야심 차게 출발한 당 혁신기구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면서 당 혁신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대표가 흠집 난 리더십을 회복하고, 당 혁신에 나서기 위해서는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당내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당 일각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