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이자 기회”…산업계, 新시장 개척 ‘고군분투’
1인 가구, 새로운 ‘먹거리’ 부상…대·중소·스타트업 경쟁 가속 4인 가구 중심 대형 가전 수요 감소…“산업구조 재편 가능성”
2024-06-07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1인 가구의 급격한 성장세가 신시장 개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 수의 증가로 산업계는 신성장 개척 기회와 기존 산업 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전통적인 4인 가구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1인 가구 및 소규모 가구를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에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1인가구는 이미 33.4%에 육박한다. 오는 2050년에는 39.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출시한 가전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상품 분야에 대한 개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앳홈은 1인 가구 중심의 소형 가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 상품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출시한 ‘미닉스 미니 건조기’다. 2021년 초 1~2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이후 15분에 1대씩 판매되며, 단숨에 미니 건조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작년 8월 기준, 앳홈의 미닉스 미니 건조기는 판매대수 5만대를 돌파했다. 이외에 앳홈은 요리 가전 키첸, 음식물처리기 웰싱, 청소가전 클리엔 등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10여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창업 첫해 매출은 62억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매출은 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도 본격적으로 1인 가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좁은 공간에 최적화된 비스포크 세탁기와 건조기를 출시했다. ‘비스포크 그랑데 인공지능(AI) 원바디 톱-핏(Top-Fit)’은 세탁기와 건조기 상하 일체형 제품으로 기존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 설치했을 때보다 제품 전체 높이가 낮아 공간 효율을 중시하는 소형 가구를 겨냥했다. ‘비스포크 그랑데 AI 슬림’도 1인 가구나 신혼가구를 위한 소형 가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는 ‘휘센 이동식 에어컨’을 출시했다. 또한 소형 설치키트를 구매할 경우 높이 56~102센티미터(㎝)의 소형창에도 설치 가능해 1인 가구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4인 가구 중심으로 제작되던 기존의 가전 분야는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형 TV 등 대기업의 주요 수입원에 대한 수요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 올해 전세계 TV 출하량 전망치는 2억879만4000대로, 3개월 전보다 474만3000대 가량 낮게 예상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TV, 에어컨, 냉장고 등 대형가전 성장률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GfK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국내 대형 가전 성장률은 8.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생활 가전도 7.2% 감소했고 주방 가전도 3.6% 줄었다. 실제 대형 가전시장의 침체로 올해 3월 LG전자의 공장 가동률이 작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부진으로 악성 재고가 누적되자 상샌량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올해 3월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탁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84.3%, 에어컨 생산라인 가동률은 96.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5%, 14.5% 감소한 수준이다. 유일하게 100%를 넘긴 냉장고 생산라인 가동률은 역시 지난해 103.6%로 감소해 2021년(126.1%) 대비 약 13%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4인 가구 시장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와 준하는 수준으로 1인 및 소형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전 시장이 지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가전을 필두로 가구, 생활용품 등 모든 분야에서 이들을 공략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