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올해도 ‘배짱 인상’
‘에·루·샤’ 올해도 가격 인상…샤넬은 2회 올려 백화점 3사 명품 브랜드 매출 8년만에 역성장
2024-06-07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보복 소비 열풍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명품 브랜드가 올해도 '배짱 인상'을 단행 중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에르메스를 시작으로 롤렉스가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했으며, 루이비통도 이달 인상행렬에 동참했다. 에르메스는 올 1월 의류, 가방, 신발 등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롤렉스도 주요 제품 가격을 2~6%가량 인상했다. 샤넬은 올해 2월 주요 제품 가격을 6%가량 인상, 5월에도 6%가량 추가 인상했다. 샤넬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사이즈 가격은 지난 1월 1316만원이었으나 이번 인상으로 1450만원이 됐다. 샤넬은 2020년 3회 가격을 인상했으며,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4회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은 주요 제품을 3~8%가량 인상했다. 김희애 가방으로 알려진 ‘카퓌신MM’은 984만원에서 1055만원으로 70만원 이상 올랐다. 루이비통은 2021년 한국에서 가격을 5회 인상했으며, 2022년 2회 가격을 인상했다. 웨딩 예물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쇼메, 반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프레드, 예거 르꿀트르, 프레드도 가격을 올리거나 올릴 예정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와, 반클리프 아펠, 프레드 지난달 3~7% 가격을 인상했다. 앞서 까르띠에는 최대 15% 가격을 올렸다. 반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쇼메는 불가리 티파니와 더불어 세계 5대 명품 보석 브랜드로 꼽힌다.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는 6월 말에서 7월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며, 스위스 명품 시계 제조업체 예거 르쿨트르는 1월에 이어 최근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 브랜드는 매년 가격 인상 이유로 제작비, 원재료가 상승,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을 꼽지만, 배짱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명품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다. 명품은 일반 소비재와 비교해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인 만큼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폭이 적어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면 ‘오픈런’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새로운 ‘큰손’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명품시장은 141억6500만 달러(약 18조8000억 원) 규모로, 미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2조2800억 원)에 달했다. 인당 명품 구매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세계 1위였다. 미국은 280달러, 중국은 55달러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전년 동기 대비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각사 분류 기준) 매출은 0.6% 줄어 8년만에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가격 인상은 이어지는 중이다”라며 “그럼에도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명품을 구매하는 만큼 배짱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