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댐 폭발' 책임 공방에…美 "배후 단정 못 해"
존 커비 美 조정관 댐 폭발 관련 입장 발표 러시아 "사보타주" vs 우크라 "내부 폭발"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미국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폭발의 배후를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댐 관련으로 러시아와 우크라간 책임 공방이 일어난 상황에서 미국이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호우카 댐 폭발의 배후에 관해 "우린 러시아가 댐 폭발에 책임이 있다는 보도를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며 "전 세계가 카호우카 댐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트위터로 "카호우카 댐 파괴는 수천명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벌이는 우크라 전쟁의 잔혹성을 다시금 보여준 잔인무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샤를 미셀 EU 이사회 상임의장도 "민간 기반 파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러시아와 그 대리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달 말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도 댐 파괴로 침수된 지역에 대한 추가 지원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댐 파괴를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에 따라 계획되고 실행된 고의적인 사보타주 사건으로 공식 선언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 때문에 댐이 파괴됐다거나 이전의 손상으로 인해 댐이 저절로 무너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시설 내부에서 이뤄진 폭발로 인해 붕괴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보도했다.
다목적댐인 카호우카 댐은 저수량은 우리나라 충주호의 6.7배 규모인 18㎦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이 이 댐에 저장된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로 "핵 안보와 관련한 결정적 순간"이라며 "다음 주 자포리자 원전 지원 IAEA 감시단을 직접 통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된 후 6개 원자로가 모두 가동을 멈췄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해 지속적으로 전력과 냉각수 공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