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OECD 1위 상속세율…지분 파는 오너家

故 김정주 유족, 상속세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29.3% 물납 삼성家, 상속세 마련 위해 주식담보대출에 계열사 지분 매각까지 한국, 최대주주 할증시 상속세 60% 수준으로 OECD 중 1위

2023-06-07     박효길 기자
이재용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상속세율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를 내기 위해 오너가(家)에서 잇따라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유가족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NXC 지분 29.3%(약 4조7000억원)를 기획재정부에 물납했다. 물납이란 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대신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넥슨그룹 지주사 NXC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따라서 김 창업자의 유족인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 측이 보유한 합계지분율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유 이사의 지분율은 34%로 기존과 동일하고, 두 자녀의 지분율만 각각 31.46%에서 16.81%로 감소했다. 앞서 김 창업자 유족인 유 이사와 두 자녀는 지난해 9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당시 지분율 67.49%)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상속 이전 NXC 지분 29.43%를 보유하고 있던 유 이사는 지분 34%를 보유, NXC 최대 주주에 올랐다. 각각 1만9750주(0.68%)씩을 보유하고 있던 두 자녀도 당시 89만5305주씩을 상속받아 NXC 지분 31.46%씩을 보유했다. 다만 자녀들의 지분 보유에 따른 의결권 등 제반 권리는 모친인 유 이사 측에 위임됐다. 지분 상속 이후에도 한동안 NXC 감사로 있던 유 이사는 지난 3월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에도 본격 참여하게 됐다. 앞서 삼성, LG 등 주요 그룹 일가도 상속세 관련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친 연부연납으로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다. 세 모녀가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규모는 홍 전 관장 1조4000억원, 이부진 사장 5170억원, 이서현 이사장 1900억원이다. 이를 포함 현재 세 사람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4조7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거액의 대출을 받은 이유는 상속세 납부 목적이다.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에 이른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6조원, 앞으로 3년간 추가 납부해야 할 금액도 6조원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계열사 주식도 처분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매각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300만주 전량과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액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롯데지주 등 국내 주식 지분 4500억원에 대한 세액 2700억원 등 국내 자산에 대한 상속세액만 4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도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고 있다. 한진가(家)의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한진그룹 계열사인 빌딩 종합관리전문회사 정석기업의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도했다. 지분율이 4.59%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9326주를 매도해 지분율이 3.83%로 내려갔다. 조 회장은 총 29억8400만원에 주식을 매도했다. 한미약품의 오너 일가도 지난달 사모펀드에 보유 지분을 넘겼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 3000억원은 상속세 재원 마련 용도다. 2020년 임 회장 타계 후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한 바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이 프랑스, 독일과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직계비속에 대한 기업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렇지만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평가액에 할증평가(20% 가산) 적용해 과세,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 적용시 최대 60%로 사실상 상속세 최고세율 1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