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도한 상속세, 기업경영 흔든다
한국, 최대주주 할증시 상속세 60% 수준으로 OECD 중 사실상 1위 삼성·LG 오너家, 수조원대 상속세 납부 위해 지분 팔고 주식담보대출까지 정부 ‘유산취득세’로 개편 추진…재계, OECD 평균 수준 30%로 인하 요구
2023-06-07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재계 오너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 매각에 주식담보대출까지 나서면서 기업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주주의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사실상 1위 수준이다. 직계비속에 대한 기업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렇지만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평가액에 할증평가(20% 가산) 적용해 과세,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 적용시 최대 60% 수준으로 사실상 상속세 최고세율은 1위 수준이다. 이러한 최고 수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오너 일가들이 잇따라 지분 매각 등에 나서고 있다.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NXC 이사의 유가족이 최근 상속세를 내기 위해 NXC 지분 29.3%(약 4조7000억원)를 기획재정부에 물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친 연부연납으로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커 기업 승계에 부담이 되면서 관련세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상속인의 유산 자체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를 상속인 개개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방안, 즉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공제액 상향만으로는 기업승계를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우선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조금 높은 30%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위원은 “장기적인 대안으로 기업승계의 장애요인인 상속세를 폐지하고 동시에 조세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추후 상속자산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