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값 움직이는데… 토허제 연장에 뿔난 강남주민들
투기규제로 도입된 토허제, 7일 연장키로 "집주인들 수년간 발묶여 재산권 침해"
2024-06-07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전 정부 시절 투기지역으로 구분된 서울 강남·송파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이 결정된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멈춰 집값 반등이 본격화되도 규제에 막혀 청약 및 투자가 어려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오는 22일 만료 예정인 토지허가거래구역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총 14.4㎢를 연장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서울시가 두 차례 연장하면서 4년째 규제를 받고 있다. 이들 구역의 자치구와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것으로 보이자 ‘재산권 침해’를 주장해왔다. 강남구가 관내를 포함한 인접 자치구 주민 7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54%, 대치·삼성·청담동 주민 중 78%가 재지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지난 4년간 해당 구역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 중 아파트 거래 데이터와 부동산 중개업소의 25개 주요 아파트 거래 실태를 검토한 결과 허가구역 지정 이후 부동산 거래량이 35%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잠실동 역시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은 총 911건으로 허가구역 지정 전인 지난 2019년과 대비해 약 34% 수준으로 감소했다. 아울러 지난 1월 기준 잠실동 공동주택가격은(국평 84㎡ 기준) 전년 대비 30.01% 급락한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잠실동 일대는 예전에 ‘잠실 MICE 사업’ 사업 대상지로 지정되면서 투기수요를 억제한다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는데, 지금은 허가구역 지정 실익이 사라진 상태”라며 “오히려 지금은 거래만 줄어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은 상황이다. 강남 토허제가 재지정될 것이라는 것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서울시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며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민간정비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선거 직후부터 재건축단지들의 가격이 올랐다”며 “당시는 개발호재에 따른 집값상승을 줄이는 것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개발호재로 집값이 급등할 정도는 아니고 정비사업이 대거 추진될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공재개발후보지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총 2.64km²)는 오는 8월 30일,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개포·세곡·수서·율현·자곡·일원·대치·내곡·신원·염곡·원지·우면·방배·서초·양재, 총 27.29km²)은 오는 2024년 5월 30일 토허제 지정이 만료된다. 현재 서울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54.36km²로 시 전체 면적의 9%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