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단속’에 불어나는 실손보험 분쟁
백내장 수술 단속·지급기준 강화…보험사-소비자 갈등 ‘격화’ 작년 분쟁조정 신청 총 3만6466건…전년比 8351건 급증
2023-06-08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백내장 수술’을 하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실손의료보험’ 적자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관련 단속과 지급기준을 강화해 왔는데, 보험금 받기가 까다로워지자 소비자들 원성이 커지고 있다.
8일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금감원에 낸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총 3만6466건으로 전년대비 8351건(29.7%) 늘었다. 대부분이 백내장 관련 분쟁조정 건수로 알려졌다. 보험사별로는 손해보험사에서 분쟁이 두드러진다. 건수별로 보면 현대해상이 44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 4418건, DB손해보험 4231건, KB손해보험 4166건, 메리츠화재가 3848건이었다. 보험사들이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배경은 백내장 수술이 과잉 의료행위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져서다. 지난해 국내 손보사들이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10조9335억 원인데, 도수치료(1조14309억 원)에 이어 백내장 수술이 7082억 원을 차지해 두 번째로 많았다. 백내장 수술 지급보험금은 재작년 9514억 원으로 1조 원에 달했지만, 보험사들이 과잉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지급보험금 규모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백내장 수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사법부도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도록 해주면서 보험금 지급 거부에 불을 지폈다. 대법원은 작년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 이후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에 달하던 최대 보험금 지급 한도는 ‘회당 25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손보사들은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의료자문을 통한 부지급 건수 역시 크게 늘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할 때 의료적 쟁점이 발생할 경우, 의료전문가에게 자문하는 제도다.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실시 건수는 총 5만88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만2274건) 대비 39.2% 증가한 수치다. 보험소비자 사이에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의의 정상적인 진료에 따라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잉 의료행위로 판단돼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텨 2022년까지 3년 동안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총 452건이었다. 이중 약 33%인 151건은 백내장 수술 관련 내용이다.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미지급 건수 중 92.7%인 140건은 보험사가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에 접수됐다. 소비자원이 백내장 관련 151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안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는데도 보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67.6%에 달했다.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23.5%를 차지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손보사들이 고의로 백내장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담합 했는지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9일부터 손해보험협회·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