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野에 ‘유화 제스처’… 정국 물꼬 틀까
‘양특’ 조건부 수용 시사… 예산안 통과 ‘절박감’ 반영
공은 새누리로… 정국파행 막기위한 정치력 발휘 주목
2013-11-18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대선개입 의혹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및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이른바 ‘양특’ 문제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수용을 시사한 것은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경제활성화 법안 통과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박 대통령은 두 사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당초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특검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국회가 할 일’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러한 예상을 깨고 외견상으로는 한 발 짝 나아간 입장을 밝혔다.일각에서는 여야가 두 사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기국회가 파행하고 있고,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국이 꼬인 상황에서 국정 책임자로서 경색 정국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특히 박 대통령의 이러한 ‘조건부’ 수용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되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에 일정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조차 야당의 특검요구에 대해 기존의 거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의 정상처리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감사원장 인준안 처리 등을 놓고도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이다.박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 대부분에서 강조한 것은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4대 국정기조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된 만큼 예산안이 최대한 원안대로 신속히 통과되는 것이 원활한 국정운영에 필수적이라는 점이었다.그러나 현행 국회선진화법 하에서는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은 이런 ‘현실적 장벽’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박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과의 ‘소통 부재’ 지적을 염두에 둔 듯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겠다”며 “저와 정부는 의원 여러분들의 지적과 조언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박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숨통’을 튼 만큼 이제 공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박 대통령이 ‘공을 떠넘긴’ 측면이 강하지만 어쨌든 정국 경색의 해결을 위한 제스처로 해석될 발언을 한 만큼, 새누리당이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얼마만큼 정치력을 발휘해 정국 파행을 막느냐가 관건이다.그러나 만약 새누리당이 여전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이나 특위 부분에서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는다면 당장 민주당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연말정국은 다시 안갯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