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보안 혁신, 객실 승무원 교육 내실화·조종실 규제 정비부터"
대한항공, 기내 실탄 발견 이후 테이저 건 실습 시수 확대
안희복 기장 "안전 총 책임자이나 책임만 많고 권한 없어"
2024-06-09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최근 항공업계에서 각종 보안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개선을 통한 현업자 역량을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학술 행사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실전에 입각한 교육 실습 내실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보안 임무 수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한국항공보안학회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항공기 내 보안 혁신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을 주제로 춘계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은 "최근 예기치 않게 연달아 발생한 항공 보안 사건과 허술한 대처로 인해 심각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며 "이번 학술 대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자격을 부여받은 기장과 객실 승무원들의 기내 사이버 보안 이슈 대응 역량이 한 층 제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6일에는 카자흐스탄인 2명이 인천공항 제4활주로 북측 담장을 넘었고, 지난 5일에는 검색대 전원이 꺼져 31명이 검사 과정 없이 제주도에 입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안에서 한 승객이 비행 중 비상구를 여는 등 등 대형 항공 보안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항공보안법과 국가항공보안계획에 따라 각 항공사들에게 자체 보안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항공기내보안요원 탑승 △매 비행 전 항공기 보안 점검 △조종실 출입 절차 및 출입문 보안 강화 대책 △항공기에 대한 경비 대책 △승객의 협조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리 절차 △수감 중인 사람 등의 호송 절차 △범인의 인도, 인수 절차 △항공기내보안요원의 운영 및 무기운용 절차 △항공기에 대한 위협 증가 시 항공보안 대책 △기장의 권한 및 그 권한의 위임 절차 △기내보안장비 운용 절차 등 각종 보안 규정이 수록돼 있다.
대한항공은 관련 법규상 요구 사항에 의거해 'KE 자체 보안 계획'과 세부 절차를 두고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내식 카트 실 중 20%에 대해 무작위 검사와 탑승권 바코드 스캐너 도입, 매월 해외 공항 보안 등급 평가 등이 있다.
박관홍 대한항공 항공보안팀장(부장)은 "당사는 동영상 콘텐츠를 새로이 제작해 위해 물품 식별 능력을 키우고 발견 시 처리 절차를 숙지하도록 교육한다"며 "실탄을 포함한 주요 위해 물품에 대한 모형을 확보하고 객실 훈련 센터 내 상시 비치와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자회사의 검색 실패로 인천발 마닐라행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는 9mm 권총 실탄이 발견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같은 달 15일에 항공기 내 보안 점검과 관련 절차 이행을 철저히 하라는 내용을 담아 회사 구성원들에게 전파했다.
운항·객실·여객·화물·정비 등 각 본부는 항공기 운항 전후로 내·외부 보안 점검을 이행토록 했고, 실탄을 포함한 각종 위해 내지는 의심 물품을 발견할 경우 해당 위치에서 이동시키지 않고 즉각 기장과 관계 기관에 보고토록 조치했다. 또한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해 승객과 화물을 하기토록 한 후 보안 점검 특이 사항이 있을 경우 기장에게 보고하고 여객·화물 운송 직원과 공유하도록 했고, 주기 과정을 포함해 항공기에 대한 비 인가자의 접근과 위해 물품 반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항공기 내 반입 금지 위해 물품 교안의 실효성 개선과 강화를 위해 대한항공은 실탄·작살총·석궁 등의 사진 자료를 추가로 보완했다. 실제로 해당 물건을 봤더라도 개별 판단을 금지하고 조치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다음 운항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폭파 위협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국내 공항 지점을 대상으로 별도의 폭파 위협 훈련을 불시에 실시하고 있고, 해외 지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통제 센터와 정비고, 기내식 공장까지 훈련 수검 대상에 편입한다는 입장이다.
기내 질서를 기하기 위해 승무원의 전자 충격기(테이저 건) 격발 실습 시수도 늘린다. 새로이 임명된 모든 항공기내 보안 요원들로 하여금 비 충격식 훈련용 카트리지를 이용한 사격 실습에 나선다는 전언이다.
미국행 승객 보안 인터뷰와 2차 검색에는 연간 52억원이 들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폐지하고 절차 간소화를 이뤄내고자 한다. 대신 탑승 수속 카운터와 출국장에서 신원 확인과 보안 질의를 철저히 하고, 또 공항 운영자가 첨단 보안 장비 구축과 보안 인터뷰를 강화하는 등 '원 스톱 시큐리티'를 통한 보안 실효성 극대화 방안도 모색한다.
박 팀장은 기내 보안 점검에 대해 국토부가 보안 점검 체크 리스트 양식 표준화와 점검 구역별·보안 등급별 세부 가이드 라인을 마련 및 운영하고, 정부 고시 국가민간항공보안교육훈련지침상 '교육 최소 포함 내용'에 대한 구체성과 중요도에 따른 표준 교육 콘텐츠를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폭파 위협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관계 기관 보고와 사내 부문별 유관 부서 간 협업과 현장 절차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자체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보안 관계 기관들과 면밀한 검토와 이해 당사자 간 지속적이고 협의를 통한 제도 개선에 힘쓰는 등 와 제도·운영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기내 불법 방해 행위 대응을 위해 객실 승무원에 대한 교육·훈련 강화 방안도 나왔다.
박수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 교수는 "기내 불법 방해 행위에 대응할 때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효과적 대응을 할 수 없고, 이는 기내 보안 확보 불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항공 보안 의식 교육·교육 훈련 내용 표준화·특사경 수사 실무 교육·시나리오 및 팀 워크 기반 평가·항공 보안 교육 훈련 시간 확대·전문 교육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국항공대 일반대학원 항공우주법 전공 박사 과정 중에 있는 안희복 대한항공 기장은 '기내 불법 방해 행위에 관한 기장의 권한'에 대해 다뤘다.
영국·미국·EU 등 외국 항공 당국들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승객의 수와 심각도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20년부터 비행 1000편당 6%는 신체적 폭력, 12.6%는 언어적 폭력 행위로 나타났다.
항공기 내에서 행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도쿄 협약'은 승객 탑승 이후 항공기는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이 폐쇄된 순간부터 하기 목적으로 개방되는 순간까지 비행 중인 것으로 간주하고, 기장은 지휘 간 항공기 처분에 관한 최종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이 외에도 항공보안법·항공안전법·항공기운항안전법에는 항공기 기장이 기내 보안의 총 책임자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안 기장은 "기장은 선장과 권한이 법적으로 비슷해보이지만 전자의 경우 책임만 크고 권한은 미흡하다"며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종실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는데 금지돼 있어 상황 파악이 어렵고, 적절한 지시를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관련 법률과 규칙을 재정립해 기장의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무원 직무에 관한 인식 변화, 승무원 본인들의 역할 고민과 대응, 비 임무 기장의 권한·책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태 청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 사이버 보안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호준 진에어 항공보안그룹장은 "객실 승무원들은 사인의 신분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만큼 관계기관 차원의 교육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설파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김홍목 서울지방항공청장·여형구 한국항공대 석좌 교수·박병률 진에어 대표이사·박철성 아시아나항공 차장·진홍찬 제주항공 팀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