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잇단 철수에 서민대출 위축

러시앤캐시 연내 사업철수…리드코프·산와머니 사실상 ‘개점휴업’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도 40% 급감…불법사금융 성행 우려

2024-06-11     홍석경 기자
대부업체들이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가운데, 저신용 서민들의 자금난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로 인해 저축은행 2금융권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가운데, 대부업마저 문을 닫으면서 불법사금융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OK저축은행이 최근 제출한 러시앤캐시 영업양수도 인가 신청서를 심사 중에 있다. 신청서가 통과되면 러시앤캐시는 연내 OK저축은행으로 흡수 합병된다. 러시앤캐시가 보유한 자산 및 부채는 모두 OK저축은행으로 넘어가고 러시앤캐시는 사라진다. 러시앤캐시는 대부업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앤캐시 운영사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2위 업체인 리드코프(95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업계에선 러시앤캐시의 시장 철수가 대형사들의 잇단 시장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웰컴금융그룹은 2021년 말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애니원캐피탈대부를 정리한 바 있으며 리드코프나 산와머니 등 다른 대형사들도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민금융기관은 저축은행마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은 금리 상승과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서민금융 대표 상품인 중금리 대출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6685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7595억 원)보다 4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취급 건수도 14만6683건에서 11만516건으로, 대출 실행 저축은행 수도 33개사에서 30개사로 각각 감소했다. 제도권 금융 최후의 보루인 저축은행과 대부업들이 자금줄을 조이면서 작년 최대 7만1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15일 저신용자(6~10등급)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설문은 작년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됐다. 서민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작년 대부업체에서마저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3만9000~7만1000명(전년 3만7000~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6800억~1조2300억 원(전년 6400억~9700억 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서금원 측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이 누리는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는 대부업 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8~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7.9%포인트(27.9% → 20.0%) 하락한 결과 이자 부담은 1인당 약 62만원 감소했다.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같은 기간 약 135만3000명 감소했다. 이 중 약 64만∼73만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1인당 약 1700만 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금원은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등을 통해 서민 대출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고금리를 고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