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반기 고정비‧변동비 압박 확대된다
3분기 전기요금,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논의 중 산업계, 고정비·변동비 압박으로 채용 축소
2023-06-1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전기요금 인상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검토 소식까지 나오면서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는 15일 이후 3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불과 한 달 전에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된 바 있다. 단 기간 내에 인상안을 추진 하는 것은 국민 부담을 키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올해 인상분은 ㎾h 당 51.6원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2분기까지 인상된 전기요금은 ㎾h당 21.1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업계는 시간당 1만원 돌파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만약 기존에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산식이 내년도 인상안에도 반영된다면 시간당 임금은 1만 76원이 된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시간당 1만 2000원’보다는 적지만, 인건비 상승은 에너지 가격 인상과 더불어 업계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에 대한 고정비·변동비 압박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록 그 여파가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생산 비용이 오른 상태에서 이전과 같은 가격에 제품을 팔게 되면 기업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생산 단가 대비 판매 가격을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을 고가로 책정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제조업에 치우친 국내의 산업구조 상, 대기업들을 살펴봐도 고급화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이 경우 아예 제품 서비스 품질을 낮춰 최대한 많이 파는 전략이 활용된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일반 좌석 수요가 더 높은 일부 노선에서 비행기 1등석을 없앴다. 항공사들은 연이은 유가 상승으로 운영에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좌석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가성비 스마트폰으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의 신작 A24는 전작에 있던 2MP 심도 센서가 빠지고, 화면 크기도 감소해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당분간 출혈 경영을 감내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가능한 전략으로, 중소기업은 채용을 축소하거나 직원을 내보내는 ‘인건비 줄이기’를 선택 할 수 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수는 728만 6023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때문에 중소기업계에 부담을 느낄수록, 채용 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이는 내수침체로 이어져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는 경영부담 압박에 채용을 줄이겠다는 목소리를 낸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1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 결과, 68.6%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고율 인상될 경우 대응책에 대해 '신규채용 축소'(60.8%)나 '기존인력 감원'(7.8%)으로 응답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64.5%가 '최저임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시 58.7%가 신규 채용을 축소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이어 44.5%는 기존 인력 감원을, 42.3%는 기존 인력 근로시간 단축을 각각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중소기업 종사자는 1754만 1182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다. 국내 채용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고정비 변동비 압박에 맞서 ‘채용 축소’ 카드를 꺼내든 만큼, 관련 업계를 위한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정비와 변동비에 대해 특히 압박을 느끼기 쉬운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를 내며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부는 “이런 무역적자는 제조 기반 수출국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