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난 조국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내년 총선 출마하나?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방문 뒤 페이스북에 글 올려 "지도·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 갈 것"…정치 행보 시사

2023-06-11     문장원 기자
조국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300여 일을 앞두고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향후 조 전 장관의 출마 여부가 정치권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2019년 10월 장관직 사퇴 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지금 당장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조국"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도 지난 4월 북 콘서트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평산마을을 방문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대학 교수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고, 2015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임명돼 당시 문재인 대표의 당 혁신 작업을 도왔다"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원, 검찰, 경찰, 기무사 등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격무로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중"이라며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총선 출마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하면서, 이후 민주당 내에서 조 전 장관 출마 여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달 10일 CBS라디오에서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사전에 '우리는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생각은 안 든다"며 "당내에서는 조국 장관님의 말씀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조 전 장관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저는 나올 것 같다. (딸) 조민을 내세우든지"라며 "왜 언론에 자꾸 노출되고 그런 것들을 알리느냐. 그것은 상당한 간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2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희한테 내로남불 딱지가 달라붙은 게 언제인가. 조국 사태 때 아닌가"라며 "저희가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나. 지금 강으로 풍덩 빠지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총선이) 정권 심판이 아니고 야당 심판으로 갈 것"이라며 사실상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