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연속 금리동결 성급했나…전문가들 "美 최종금리 6% 넘을 수도"

주요국 중앙은행들 동결 뒤 재인상...한은도 고심 깊어져  근원물가 둔화 더뎌..."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희박해져"

2024-06-11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이번주에는 미국 소비자물가(CPI) 결과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5월 3일(현지 시각) FOMC 직후만 해도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 내에서 이번에 최종금리에 가까워졌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암시한 바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내주 열릴 FOMC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내려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얻지 않는 한 금리 인상 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종 금리가 6%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이다. 향후 연준의 행보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오는 13일 미국 고용통계국이 발표할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표한다. 블룸버그는 미국 CPI가 전년 대비 4.2% 올랐을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다.  미 연준은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FOMC 회의를 갖고 정책금리 방향을 발표한다. 6월 FOMC를 앞두고 최근까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던 미 부채한도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시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모아지고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이번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월 FOMC에서 금리 동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며 "금리 동결 분위기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물가 압력 둔화와 신용경색 리스크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7월에 다시 열리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월 FOMC의 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 기대는 최근 들어 동결 쪽으로 모아지는 분위기이지만 7월 FOMC에서는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이미 연준 통화정책과 관련한 시장 기대는 요동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6월 FOMC에서 동결 전망이 75.4%로 우세하지만, 7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 전망이 62.9%로 인상 전망이 동결보다 더 높다"며 "시장에서는 6월 FOMC는 동결을 고려해도 7월 FOMC 이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긴축 종료 시점이 더뎌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동결한 뒤 다시 인상하는 ‘스톱 앤드 고’(stop and go)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엔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던 호주와 캐나다의 중앙은행이 다시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의 경우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뒤 세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업계 전망처럼 연내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전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둘러싼 리스크로 ▲근원물가의 더딘 둔화세 ▲가계부채 증가 전환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 ▲비은행 금융기관 신용위기를 거론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나타내는 다양한 근원 지표들이 높은 수준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에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그간의 비용 상승의 물가로의 전이와 공공요금 인상,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 등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됐고, 가계부채 비율도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가계부채 축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 금리(3.50%)가 중립 금리 범위를 소폭 웃도는 ‘긴축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떨어져 긴축의 정도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4월 들어서 조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근원물가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면서 “통화정책을 좀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져가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