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범한 직장인이 바라본 가업승계신탁·가업승계세제 개선 제언

2024-06-12     김경렬 기자
신관신

매일일보 |  대학교 때 친하게 지냈고 지금은 00증권사에 지점장을 하는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내용인 즉, 아버지가 정밀기계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사장인데 회사를 갑작스럽게 본인한테 물려주겠다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말이다. 그 친구는 주식만 물려받고 회사 경영은 다른 사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친구는 마지막으로 세금 문제를 물어보면서 이 말을 꺼냈다. “8명 밖에 안되는 지점 직원 관리하는 것도 골치가 아픈데 60명 넘는 직원들을 내가 어떻게 관리하냐? 그리고 내가 정밀기계를 뭘 알겠냐?”

건축물 리모델링 사업을 하고 있는 70대 중반의 중소기업 대표이사를 몇 년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 대표이사는 개인사업부터 시작해서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28년간 해당 사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기업을 물려주고 싶은데 내 주식 지분은 자녀들에게 물려주겠으나, 회사 경영은 20년간 같이 일한 후배 직원이 했으면 하는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업을 승계하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제도로는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제도 모두 가업승계 후계자는 법정상속인(법정상속인의 배우자 포함) 또는 증여자의 자녀이어야 한다. 게다가 주식의 소유권과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가족들이 승계 받고 유지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의 가업승계 세제지원 제도는 ‘전문 경영인 제도’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가업승계 세제지원 제도는 소유권과 경영권의 분리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씨 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할아버지의 경영능력까지 큰아버지가 물려받는 것은 아닐텐데요” 2022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신탁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의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 등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업승계신탁의 예시안(案)까지도 제시했다. ① 중소•중견기업 최대주주(사주)가 위탁자이고 ② 신탁재산은 위탁자가 보유한 주식이며 ③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위탁자가 생전에 설정한 신탁으로 ④ 신탁업자가 가업승계신탁의 명칭으로 신고한 약관에 따른 신탁이 그 골자이다. 우선 예시안처럼이라도 가업승계신탁을 나올 수 있도록, 조속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촉구한다. 이와 더불어 가업승계신탁 출현과 안착을 위해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최근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가업승계 세제지원 제도에 전문 경영인 제도 요소 등을 가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