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 위기 속 심화된 불균형… “상대적 박탈감 가중”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대기업의 60% 수준 비정규직, 정규직보다 시간당 7천원 덜 받아 젊은 구직자 중소기업 기피… 유연한 노동시장 선행돼야

2023-06-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침체로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기업별, 일자리별 차이가 벌어질수록 실업률 증가 및 출산율 저하 등 심각한 사회 병폐를 낳는 만큼, 시급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66만 원으로,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인 563만 원의 60% 수준이다. 대기업 근로자가 매달 297만 원 더 받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2만4409원, 비정규직은 1만7233원이라고(2022년 6월 기준) 밝혔다. 심지어 정규직의 임금은 전년대비 15.0% 증가했고, 비정규직은 이보다 적은 11.3% 증가해 임금 인상 폭에도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10년 이상 지속됐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년간의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60% 미만을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부터 60% 이상이 됐으며, 지난해는 61.72%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또 대기업의 지난해 임금상승률은 6.6%로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3.9% 수준에 그쳤다. 불황에 따른 타격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500대 기업 중 54.8%는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채용을 줄인다고 해서 중소기업계로 인력이 몰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 중소기업은 에너지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직원 복지와 인건비에 투자할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 불안정과 낮은 급여 수준 등에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에 이어 임금 대비 높은 근무시간, 낮은 복지 수준은 젊은 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중소기업 취업 관련 26만 8329건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는(2022년 기준) 근무시간이 25.8%로 가장 높았고, 급여수준이 17.3%이었다. 고용부에 의하면 300인 이상 규모 기업의 월평균 총 실근로시간은 평균 166.4시간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근로시간은 월 174.1시간이다. 전반적으로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시간당 임금총액이 적고 근무시간까지 늘어나 젊은 세대는 중소기업을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심한 양극화는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데 일조하고, 결국 경제 약화와 인구 감소라는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성별·연령·교육수준·거주지역·산업분야이 모두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비정규직은 한 해 100명 중 3.06명이 결혼하고, 정규직은 100명 중 5.06명이 결혼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규직의 결혼 확률이 비정규직보다 1.65배 높은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 종사자는 100명 가운데 한 해 4.23명이 결혼하고, 대기업 종사자는 6.05명이 결혼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인구의 80%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만큼, 이 현상을 방치하면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연금을 낼 이들도 줄어들어 한국 사회가 무너지게 된다.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취업하고 이직을 할 수 있도록 노동 시장을 유연화하는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연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도,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고용위기 시에는 시간제 일자리로의 전환이 가능한 근무형태의 다양화 방안도 모색해 실직의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