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손실 뻔한데…금융당국 “청년도약계좌 금리 더 높여라” 압박

전체 은행권 수조원 손실 우려에도...대통령 공약에 '백기' 금융위 "은행들 역마진 호소 납득 안돼" 압박 수위 높여

2024-06-12     이광표 기자
12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매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을 납입할 경우 5000만원 수준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가 오는 15일부터 본격 운영된다. 하지만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입장이 엇갈리며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청년도약계좌 취급은행 12곳(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KB국민·SC·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은행)과 서민금융진흥원과 함께 청년도약계좌 출시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오는 15일부터 운영 개시된다. 가입 신청을 마친 청년은 다음달 10~21일 중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제적으로도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할 필요성이 강조돼, 우리 정부에서도 역대 최초로 청년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해 그 중 하나로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최종금리 수준이다. 당초 은행권은 이날 중 은행연합회를 통해 청년도약계좌 최종금리를 공시할 방침이었지만, 앞서 제시한 금리 중 우대금리 비중이 너무 높았던 데다 비교 가능성을 추가로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위의 지적에 공시 시점 자체를 미뤄 개시 전날인 14일에 공시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자칫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으로 최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당국은 대통령 공약의 취지를 고려해 은행권이 적극적인 나서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지가 확고한 만큼,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들에게 기여금을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도 부여한다"며 "청년도약계좌의 안착을 위한 은행장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에 대한 안정적인 자산형성 지원이 가장 의미 있는 사회공헌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 요건과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직전 3개년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경우 가입이 제한된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 적지 않은 갈등을 보이고 있다. 유재훈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지난 9일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에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그간 금리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자율로 두고 있었지만, 지난 8일 1차 공시 직전 받아 본 내용은 조금 이상했다"며 "(은행들이 제시한) 우대금리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했고 실제로 받을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고 날을 세웠다. 금융위는 금리가 6% 수준은 돼야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청년들의 '5천만원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은행권 중 기업은행은 6.5%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6%의 금리를 제시해 무난한 진행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금융위의 의견은 달랐다. 은행권이 제시한 내용 중 우대금리 비중이 높고 항목 또한 지나치게 복잡하게 제시해 이를 다시 최종 조정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특히 은행권이 '역마진' 우려를 내놓은데 대해선 유 국장은 "역마진 우려와 건전성 얘기들이 조금 나오는 것 같은데. 진짜 역마진이 날 지는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은행권이 제시한 우대금리를 포함해 6%가 좀 넘으면 5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우대금리를 모두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대금리는 좀 줄고 기본금리가 올라야 한다"며 "은행들도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체로 3%대 후반∼4%대 초반, 예·적금 금리는 3∼4% 수준"이라며 "하지만 8일 예고된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5.5∼6.5%로 대출금리보다 높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더구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고점에 이르러 머지않아 금리 하락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청년도약계좌는 3년간 고정금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향후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며 "내부 추정 결과 손실액은 청년도약계좌 취급 규모와 금리 인하 시점 등에 따라 은행별로 많게는 수천억 원, 전체 은행권으로는 수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