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농사' 보조금 5천억원이 '줄줄' 새고 있다

-경작농에게 지급될 돈 농지 소유자들이 중간에서 '꿀꺽'

2005-09-22     김윤정 기자

농림부·해당 읍사무소 "당사자들 문제" 뒷짐 국민혈세 '낭비'

논 농사를 짓는 경작인(농민)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정부 보조금을 일부 부도덕한 농지 소유자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는 것으로 <매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쌀소득보존직불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림부와 해당 읍사무소들은 "당사자들 간의 문제"라며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논농업직불제(논농업을 하는 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지난 2001년 정부가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그러던 것이 올 해 '쌀소득보전직불제'로 변경돼 보조금 지급대상이 확대됐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서 수 십 년째 논농사를 지어온 A(48)씨는 '쌀소득보전직불제' 지급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4년째 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돈 한번 못 탔다. 정부에선 가만히 앉아서 신청서류만 가지고 보조금을 지급하니 그 돈이 누구한테 가는지 알 턱이 있나"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경작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보조금을 실상 소유자가 받고 있는 셈이다. "땅 주인이 받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에선 경작자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실상 그렇지도 못하다. 우리가 받고 싶어도 땅 주인이 이장을 찾아가 '경작확인서'받고 신청하면 대부분 땅주인이 돈을 타먹는 셈이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A씨는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가 논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준다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보조금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A씨의 경우 처럼 정부 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논농사만 15년 째 짓고 있다는 B(55)씨도 수년 째 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다.
"억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조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매년 '쌀소득보전직불제' 신청기간이 되면 농지 주인이 찾아 와서는 "자신이 신청할 테니 이중신청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간다는 것이다. 소유자와 경작자가 이중 신청을 하면 보조금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농지를 임대해 농사지어온 농민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못 받고 있다"며 "경작자들은 소유자의 눈치를 보느라 보조금 문제를 입밖에도 못 꺼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이장 C(60)씨도 "농촌에서 임대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작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경작확인서를 써주는 경우가 많다"며 "신청서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쌀소득보전직불제' 총 예산은 행정비를 포함, 6천26억원이다. 이중 5천988억원이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돈이다. 하지만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농민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정부의 예산 5천여억원이 농지 소유자들의 호주머니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쌀값 하락에 대비한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며 보조금은 경작자를 위한 것이지 소유자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일선 행정기관에서 모든 경작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 신고가 이뤄져 대상 농업인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