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 납세자에 사기…내년 예산 전면 재검토"

13일 국무회의서 강하게 비판 "부정·부패 이권 카르텔 반드시 부숴야" 野 겨냥 "영웅 희생 폄훼는 반국가 행위"

2024-06-13     문장원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단체 보조금·교육재정교부금 감사에서 드러난 부정 사례와 관련해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보조금 유용 의혹'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정부·여당이 전방위적으로 '시민단체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원의 국가 채무가 쌓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무회의에서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했다. 시행령 개정령안은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을 받는 보조금 사업 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내리고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외부 검증 대상은 4배 이상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것은 즉각 제대로 도려내고 바로잡는 것이 국민의 정부의 책무"라며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보조금 선정과 집행 과정에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무사안일에 빠져 관행적으로 집행돼 온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 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선정에서부터 집행, 정산, 점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며 "보조금이라는 것은 사용 내역과 관련 자료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단체에만 지급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단체 또 불법 부당하게 용도를 벗어나 사용하는 단체에는 절대 지급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도 보조금 예산에 대한 전면 검토를 지시했다. 운 대통령은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초급 사관과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 6조8000억원이 지급된 비영리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을 감사한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부정 사용 금액은 314억원에 달했다. 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 6일 발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합동점검 결과에서는 위법·부적정 사례가 97건에 달했다. 위법하게 쓰인 금액은 282억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부정 사례의 책임이 전임 문재인 정부에 있다며 또다시 '전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윤 대통령은 "민간단체의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적발됐다.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등 부정의 형태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발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합동점검에서도 대규모 위법 부당 사례가 적발됐다"며 "학령 인구는 주는데 세수가 증가해 교육 교부금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은 난발되고 검증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담고 있는 헌법 정신의 실천이다.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행위"라고 했다. 이는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된 '천안함 자폭' 발언과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한 "무슨 낯짝"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