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기업실적...늘어난 좀비기업

작년 국내기업 성장·수익·안정성 모두 악화 10곳 중 4곳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내

2024-06-13     이광표 기자
지난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1년 전보다 나빠졌다. 안정성도 악화해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13일 공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속보)'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3만129개(제조업 1만2199개·비제조업 1만7930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6.9% 증가했다. 증가 폭은 2021년(17.7%)보다 0.8%포인트(p) 줄었다. 제조업 전체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9.7%에서 지난해 16.4%로 낮아졌다. 세부 업종별로는 수출 단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석유정제·코크스(48.4%→66.9%) 매출액이 크게 늘었으며, 자동차(11.8%→15.2%)도 수출 증가 영향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아졌다. 반면 화학물질·제품(32.0%→16.9%), 1차금속(36.5%→14.0%), 전자·영상·통신장비(20.8%→5.4%) 등은 매출 증가율 둔화 폭이 컸다. 비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전기가스업(13.2%→46.8%) 등을 중심으로 전년 15.3%에서 17.5%로 높아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18.6%→18.1%), 중소기업(14.5%→12.3%) 모두 매출액 증가율이 낮아졌다. 연간 총자산증가율 역시 2021년 10.8%에서 지난해 7.8%로 낮아졌다. 이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제조업·대기업은 매출채권, 비제조업·중소기업은 현금성 자산 증가율이 낮아진 영향이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액 증가율이 2021년보다 약간 낮아지기는 했지만, 가격 상승·일부 업종 업황 개선 등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우려보다는 좋은 수준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지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뚜렷하게 나빠졌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5.3%)과 세전 순이익률(5.2%) 모두 지난 2021년(6.8%와 7.6%)보다 각각 1.5%포인트, 2.4%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7.8%에서 지난해 6.3%로 낮아졌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업(13.9%→10.2%) 영업이익률이 낮아졌고, 화학물질·제품(10.0%→5.3%) 업종도 부진했다. 비제조업(5.7%→4.2%)은 전기가스업(-3.0%→-15.0%)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021년 654.0%에서 455.4%로 큰 폭으로 악화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수 비중도 2021년 34.1%에서 지난해 35.1%로 높아졌다. 재무 안정성 지표도 1년 전보다 악화했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102.4%로 지난 2021년(101.0%)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106.5%)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8.2%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27.6%)보다 0.6%포인트 높아지면서 역대 최고치인 2019년(28.3%)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 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부 차입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