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美, 북핵 문제 손 놓고 있는데…尹 정부는 미국만 바라봐"

베를린자유대 강연…"콜 총리 같은 정치가 韓 보수정당서 나오길" "대북 정책 일관되게 하는 일 큰 과제"…내년 총선은 불출마 언급

2023-06-13     염재인 기자
이낙연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 제재 일변도의 정책 역시 한계가 드러난 만큼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내년 총선 출마 관련 질문에는 불출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김대중 기념 연례 강좌 초청 연사로 한 강연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갔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핵무장 의지를 드러낸 1차 북한 핵 위기 이후 30년이 흘렀다"며 "그동안 북한과 비핵화 협상은 미국이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 후 2년여 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스무 번이나 말했다" 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몇 차례 재확인했지만, 아무런 실질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 원인으로 △북한 체제의 생존 욕구 무시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곧 붕괴할 것이라고 오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등 압박 효과 과신 △정권에 따라 북한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일관성 상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다가 안 되면 협상을 깨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함정에 빠진 것 등을 꼽았다. 이 전 총리는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제재 중심의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는 "제재 일변도로 가는 것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역효과를 낳고 있다"며 "북한이 고립을 끝내고 햇볕 아래로 다시 나오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의 시작은 대화의 재개에 있다"며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어떤 접근점이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대북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는 상황을 거론하며 반대 정당의 정책을 계승한 헬무트 콜 독일 총리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과 패전과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독일은 정책 계승에서 달랐다"며 "서독에서는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기민당 콜 총리가 이어받았지만, 한국에서는 민주당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포용 정책을 보수 정부들이 뒤집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북 정책이 일관되게 계속되도록 하는 일은 한국의 큰 과제임이 틀림없다"며 "한국 정치인들에게 독일의 경우를 배우자고 권고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 전 총리는 귀국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에 한반도 평화의 최대 이해 당사자답게 행동하라고 지금도 충고와 제안을 하고 있다"며 "귀국하면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를 중심으로 제가 할 바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 체류한 이 전 총리는 오는 16일 체코 프라하 카를대에서 강연한 뒤 이달 24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