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산업, 日서 새 성장 전략 짠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경제인 교류 재개 공급망 이슈 등 현안 맞서 협력 모색 산업계 “한일관계 개선, 사업에 도움”

2023-06-14     최동훈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들이 최근 조성된 양국 화합 무드에 맞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가 급랭하고 있는 반면 한일 관계는 크게 개선되면서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양국 기업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인구감소,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달성,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 AI 시큐리티, 디지털화, 스타트업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협력 분야는 현재 양국의 공통 현안과 관련 있다.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문제에 직면했고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직면해 있다.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디지털 전환 등 첨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각 현안 중에는 단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해 국가간 공조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양국은 각종 경제 이슈를 계기로, 지난 수년간 냉랭했던 관계를 급속히 개선하고 있다. 한일 경제인은 최근 여러 차례 만나 큰 틀에서 협력할 것을 다짐하고, 구체적인 협력 계획은 지속 논의 중이다. 극적인 전개보다는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기업들은 앞서 대일(對日) 사업협력을 자체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일본 요코하마에 300억엔(약 2971억원)을 들여 반도체 시제품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달 초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반도체 공급망 협력의 첫 사례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부문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22년 일본 화학기업 도쿠야마와 손잡고 반도체용 세정제 분야의 합작법인을 울산에 설립했다. 앞서 2021년 계열사 3곳이 일본에 투자법인을 설립한 후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모델을 마련했다. 산업계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 반색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좋아지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총이 국내 20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수년간 이어진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매출감소’(14.5%), ‘소재·부품·장비 수급차질’(13.5%) 등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일 관계 개선이 향후 기업 투자·고용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7.7%로 ‘부정적’ 응답률 14.0%를 넘어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한일 관계가 중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러한 발전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양국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판을 짜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에서 ‘한일 기술공동연구 협력사업’ 발족식을 연 것이 주요 사례다. 산업부는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과 일본 신슈대, 큐수대 등 학계 전문가들이 첨단 산업에서 기술 협력하는 것을 추진한다. 장영진 산업부 차관은 이번 발족식을 두고 “양국의 새로운 신뢰관계를 보여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