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폭탄 우려에도 다시 불어나는 가계대출

부동산 회복 기대심리 반영…2개월 연속 증가세

2023-06-14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며 주택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질적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05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새 4조2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초부터 3월까지 쭉 감소했다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크게 늘어난 항목은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다. 5월 말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807조9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폭 역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였다. 주택구입 자금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자금 대출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은 7개월째 줄었다. 감소 폭은 3우러 2조3000억원, 4월 1조7000억원, 5월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달 대비 200억원 줄며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5월 중 금융권 전체(은행, 제2금융권 포함)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로도 4월 중 증가세로 돌아선 후 2개월 연속 같은 기조를 보였다. 제2금융권이 1조4000억원 감소했지만 은행권의 증가세가 전체 대출 규모를 밀어올렸다. 전달대비 가계대출 증가폭 역시 4월(2000억원)에서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금융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3조6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 폭 역시 4월(1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800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가계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빚폭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연체율은 은행 0.33%, 저축은행 5.07%, 상호금융 2.42%, 카드사 1.53%, 캐피탈 1.79% 등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에 비해 은행 연체율은 0.08%포인트(p) 상승했고, 저축은행 1.66%p, 상호금융 0.90%p, 카드사 0.33%p, 캐피탈 0.54%p 각각 올랐다.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통화 긴축으로 한풀 꺾였다. 그러다 최근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가 높아 가계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큰 만큼 경각심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