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도 되오르는 대출금리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규제 정상화 은행채 금리 '꿈틀;에 주담대 금리 4% 눈앞

2024-06-14     이광표 기자
은행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때 3%대 중반까지 내렸던 시중은행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물량만 125조원에 달하고, 역전세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이 예고돼 있어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거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은행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4.134%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같은 날(3.881%) 대비 25bp(1bp=0.01%)가량 상승한 수치다. 은행채 5년물은 통상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로 활용된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 금리 역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3.800%로 3.4%대였던 연중 저점 대비 40bp가량 상승한 상태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3월 초 4.572%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시장의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지속 하락해 지난달 중순까진 3.8~3.9% 수준을 보인 바 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이 순 발행으로 전환돼서다. 1월 4조7100억원,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0억원, 4월 4조7400억원 등 순 상환 되던 은행채는 지난달 9595억원 순 발행되며 반전됐다.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한 것은 지난 3월 당국이 은행의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도래 규모의 100% 이내에서 125%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당국은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채권발행 자제를 권고했는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이를 재차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94~5.73%로 전월(3.68~5.48%) 대비 하단은 0.26%포인트 오르며 4%대 재진입을 넘보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4.11~6.11%으로 상단은 0.02%포인트, 하단은 0.2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에선 당분간 대출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은행채 물량이 125조원에 달하는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 약세에 따른 역전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전세 퇴거 대출과 관련한 일부 DSR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들어선 SG 사태 등의 영향으로 ‘역 머니무브’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수신 잔고를 보면 ’저원가성 예금‘에 해당하는 요구불예금은 전월 대비 약 6조1000억원 감소한 602조8000억원이었던 반면 정기예금은 11조8000억원 늘어난 817조5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늘수록 (은행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신규 코픽스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차환 발행 물량이 많은데다 저원가성 핵심 예금도 줄고 있어 금융기관으로선 조달 비용이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