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방카슈랑스 재개 ‘5행 5색’
RBC비율 탓에 일부 상품 판매중단한지 1년 “금리 하락 추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고민”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한지 1년이 지났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을 결합한 용어다. 은행은 보험사의 상품을 위탁판매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거둔다. 작년에 시중은행은 보험사의 RBC(지급여력) 비율이 떨어져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몇몇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RBC비율이 낮은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했다가 당국으로부터 불완전상품 판매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이었다.
이후 은행 방카슈랑스 영업 전선은 탄탄했다. 올들어 은행권은 금리 하락 추세에 맞춘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물론, 가입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작년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2021년 대비 38.87% 증가한 3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지난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어든 데 비하면 하반기부터 성장세는 뚜렷했다.
작년 6월 일부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도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늘었던 이유는 유연한 전략적 대처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상품은 저축성(저축, 연금), 보장성, 변액상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지난해 특히 주목받았던 상품은 저축성보험이다. 치솟는 기준금리와 채권시장 위축으로 자금난을 겪은 보험사들이 연 6%대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성보험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올해 방카슈랑스 전략은 은행별로 다양하다. 지난해 상품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조정했던 우리은행은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상품은 3월 기준 62개로 일 년 새 23개 줄었다. 세부적으로 연금보험 20개, 저축보험 9개, 변액보험 6개, 보장성보험 15개, 손해보험 12개가 라인업에 올라있다. 이중 보장성 보험 라인업이 전년 대비 8개 줄어 가장 크게 변화했다. 이어 손해보험 상품을 6개, 저축보험 5개, 연금보험 3개, 변액보험 1개를 줄였다.
신한은행은 판매비중이 높은 저축성보험 중 ‘확정금리 하이브리드 연금보험’ 라인업을 강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상품라인업 강화를 통해 확정금리 저축성보험 및 보장성 보험 영업을 장려하고 판매인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은행은 지난달 방카슈랑스 디지털 창구 서비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상품별 양식이 표준화 돼있지 않고 관련서류가 많아 가입이 복잡했던 방카슈랑스의 단점을 대대적으로 보완했다.
하나은행은 시장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거치식 보다는 적립식 상품 라인업 구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은퇴자산 및 보장자산을 적립식으로 쌓는 상품을 통해 고객의 입맛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측은 “특히 하나원큐 모바일방카를 통해 가입이 가능한 모바일 방카 최초 DIY상품인 하나생명(무)손안에 골라담는 암보험 및 하나손해보험의 ON마음 효도보험 등 가성비 높은 상품 판매를 통해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를 만족시키는 등 하나은행 모바일방카의 장점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라인업 변화는 없었다. 농협은행은 작년에 이어 올 1월까지는 고금리 확정금리 상품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라 이에 맞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변액상품이나 새로운 보장성 상품이 있는지, 외화보험 런칭 관련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라인업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품 개수는 상해보험 5개, 저축보험 2개, 연금보험 1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