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트랜스젠더' 사이버 앵벌이 내막

주민등록번호 도용 여성 가장, 소년ㆍ소녀가장, 미혼모 사칭 구걸
남자들로부터 게임 아이템 요구 '비일비재'

2005-09-23     김윤정 기자

지난 2001년 트랜스젠더인 하리수가 등장해 연예계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리수 이후 레이디 등 트랜스젠더 스타들이 배출됐고, 2005년 현재 트랜스젠더는 더 이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엔 평범한 사회현상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사이버 트렌스젠더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일부 사이버 트랜스젠더들이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조작해 여성행세를 하면서 사기극을 벌이고 있어 네티즌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이들은 낙태를 해야하는 데 돈이 없다면서 금전을 요구한다던가 만남을 미끼로 남자들에게 접근해 게임 아이템을 갈취(?) 하는 등의 사례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일부 트랜스젠더들은 타인의 개인정보(이메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채팅, 게임 사이트 등에 가입한다.

이들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비방, 욕설을 하거나 사기행각을 벌인다. 대학생 김 모(26)씨는 게임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모 온라인게임에 푹 빠져있다.

김씨는 "사이버 트랜스젠더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온라인 게임 상에서 애교가 지나치거나 도움을 받고 곧바로 사라지는 사람들은 여성의 아이디를 도용해 접속한 남성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트랜스젠더들은 '호호 아잉~아잉~' '오빠 한번만~'이라고 애교를 부리며 아이템을 달라고 조른다.

얼마 전 김씨는 자동차경주를 하는 인터넷 모 게임 사이트에서 자신의 여동생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가입했다.

김씨는 "'오빠 난 외로운 공주, 같이 게임해~'등 여성 친화적인 말로 접근하면 상대 남자들은 별 의심 없이 속게 된다"며 "이렇게 친해지고 나서 아이템 달라고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모 채팅 사이트의 네티즌 'resatoo'는 "사이버 트랜스젠더는 여장남자로 보면 된다. 남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여성처럼 꾸며 남성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게임 상 아이템을 요구한다. 그들이 자신을 여성처럼 꾸미는 것은 사이버 상에서 좀더 쉽게 남성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때 사이버 상 앵벌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사이버 트랜스젠더들은 소년ㆍ소녀가장, 미혼모를 사칭하거나 '부모의 병원비가 없다'는 내용은 기본이고 '성폭행 당해 낳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임신했는데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았다'는 내용으로 돈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사이버앵벌이를 했다.

또 지난 2003년 12월. 여성의 목소리를 지닌 남성 트랜스젠더가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뜯어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그는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여자 목소리가 나는 점을 이용, 모 인터넷게임 사이트에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여성회원으로 가입해 사이버 상에서 만난 남성에게 접근해 3천여만원이 넘는 돈을 뜯어냈다.

게임 상에서 이씨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를 알게 됐으며, 두 사람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A씨와 인터넷 채팅과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던 이씨는 '급 히 쓸데가 있어서 그러니 돈을 좀 빌려달라'며 A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 뒤로도 300만원, 500만원, 500만원, 200만원 등 1천500 만원의 거금을 빌리는 등 6개월간 3천 810만원의 돈을 빌렸다.

이 와중에 A씨가 몇차례 만나자고 제안, 이씨는 위기에 처했지만 그때마다 현장 에 나가 동생 행세를 하며 '누나가 급한 일이 있어서 대신 나왔다'며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만나자는 요구를 계속 거절할 수 없어 결국 A씨를 직접 만난 이씨는 외모를 보고 남자임을 눈치챈 A씨에게 고소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