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칼럼] 산업은행 이전, 국익 관점에서 재고해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최근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부산시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은행 이전이 가능하려면 입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입법 개정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에 본점 위치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고, 산업은행과 관련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과반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국익에 부합할까.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부산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을까. 2017년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두고 일각에서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다시 옮기자는 이야기가 제기된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은 지역 발전과 국민연금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에 현실적으로 미치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수익률 악화 원인을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꼽기도 한다.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우수 인력들이 국민연금을 떠나는 등 인력 유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61명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약 1000조원의 기금 규모를 운용하면서 관련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중요한 인력이 계속해서 유출된다면 국민연금 미래는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국민연금처럼 인력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산업은행 퇴직자 수가 증가세를 보인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개발 및 육성과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산업은행 인력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재이다. 그런데 이들의 유출이 현실화된다면 국익 차원에서 손해가 될 것이다.
심지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우리가 기대하는 부산의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조차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역할을 기대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는데,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부산이 아시아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막연한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기대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 부산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와 부산이 어깨를 나란히 할 경쟁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가는 부산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세계적인 금융 기업들이 아시아 본사 이전에 있어서 홍콩과 싱가포르, 부산을 견주어 본다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있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부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인 금융 기업들이 부산으로 이전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