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권력만 잡으면 되는 사람들

2024-06-15     조현정 기자
조현정
1905년 8월 9일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한 군항 도시에서 러일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행됐다. 협상의 결과는 훗날 '포츠머스 조약'으로 불리며 일본 제국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러시아는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지도 보호 감리 조치를 승인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제 1강국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은 친한파 미국인 호머 헐버트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회담 참가를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도쿄에서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상황이었고 미일이 서로 한반도(일본)와 필리핀(미국)의 지배권을 인정하기로 약속한 이후였기에 고종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은 공산당 제 20차 당 대회를 통해 중국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갈등 관계를 넘어서 군사적 갈등 관계로 돌입하게 됐다. 문제는 대한해협이 글로벌 물동량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물동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미국은 일본을 고립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대만의 점령을 우선 고려했을 정도로 대만해협은 일본과 한국에 있어서는 생명줄과 같은 곳이다. 결국 대만해협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고, 물류 운송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군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와 외교의 문제다. 대한해협에 군사적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물류 운송은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큰 이익은 군사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고종은 강대국의 갈등과 팽창 정책 속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지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는 점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청과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외세에 의존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이해되는 면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100년 전 대한제국이 아니다. 경제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200여 개 국가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고, 낼 수 있다. 정치권은 자당의 이익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우리 국민에 무엇이 이익인지, 우리의 후손에게 무엇이 이익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시기다.  강한 힘이 있는데도 최근 국제 정세에 대처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내년 총선과 자당의 이익 만을 위해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이는 나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향한 발언으로 보이고 나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열광할 수 있겠으나 결국 열광하는 유권자의 삶도 어렵게 만드는 발언이다. 과거로 회귀하기 싫다면 유권자들이 더욱 냉철해져야 한다. 권력만 잡으면 되는 사람들의 권력을 향한 발언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숙명이자,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