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투자 예금·ETF보다 주식 유리”

“환차익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어” 엔화 900원대…BOJ 금리 동결에 추가하락 전망

2023-06-18     이보라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8년 만에 엔화 가격이 900원대로 하락하면서 엔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투자에 환차익만 노릴 수 있는 예금이나 ETF보다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는 일본 증시 투자를 추천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3.82원을 기록했다. 4월 말과 비교해 두 달 새 100원가량 떨어졌다.

역대급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엔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가격이 낮을 때 사뒀다가 올랐을 때 팔아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해서다. 엔화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도 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엔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인 엔화예금 잔액은 가파르게 불어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7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말(6조3200억원)보다 1조2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엔화예금뿐만 아니라 엔화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한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TIGER 일본 엔선물 ETF’를 100억원 넘게 매수했다.  ‘TIGER 일본 엔선물 ETF’는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로 지난 16일 기준 종가는 8810원이다. 해당 ETF 주가가 9000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18년 4월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일본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최근 연초(2만5716.86)보다 30%가량 상승했다. 지난 14일에는 3만3502.42엔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33년 만의 최고 기록을 연속으로 새로 썼다. 닛케이지수가 3만3000엔을 넘긴 것은 지난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순매수 규모는 674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올해 4월 순매수 규모(약 401억원)보다도 많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엔테크 방법 중 일본 주식 직접 투자를 추천했다. 환차익뿐만 아니라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는 당분간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전환 부담은 여전하지만 미국·유럽 등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았고 일본 주변 국가들이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수출주 중심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외환시장은 변수가 많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 통화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엔화 가격은 현재 매력적인 수준이지만 리스크가 높아 적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통화 투자는 외환시장이 모든 금융자산 중 가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매수점과 매도점을 잡기 어려워 비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화 자체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식과 같은 외화자산 관련 투자가 안전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엔화에만 투자하려면 예금보다는 보관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좋다. 엔화예금과 달리 환전해서 보관하는 것은 현찰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엔화예금은 금리가 0%다. 외화 보관서비스는 은형별로 KB국민은행은 ‘KB외화머니박스’, 신한은행은 ‘환전 모바일금고’, 하나은행은 ‘환전지갑’, 우리은행은 ‘환전주머니’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예금은 인출 할 때 보관 비용으로 1.5%가량 현찰수수료가 부과되므로 수수료가 없는 보관서비스가 유리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보관서비스는 한도가 제한돼 있어 소액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