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존전략 절실…전통시장 상생 촉진 목소리도

‘디지털 전환’ 추세 속 전통시장 감소 지속…14년만에 209개소 감소 중기부, 전통시장 지원 정책 강화…“지역 특성 고려한 맞춤형 정책 필요”

2024-06-18     김원빈 기자
전통시장을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국가에서 뭔가를 한다고 해도 그때만 공무원들이 와서 ‘반짝’ 하는 시늉이 전부에요. 이 시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의 한 전통시장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60대 상인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정부는 전통시장을 발전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지만, 전통시장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진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전통시장은 그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18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총 1401개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1610개)보다 209개(13.0%) 감소한 수치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동일 기간 경북의 전통시장은 191개에서 138개로 53개 줄어 가장 감소폭이 컸다. 전남도 123개에서 90개로 30개 줄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외에 부산이 23개 감소했고, 충남 20개, 경남 18개, 서울 17개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전통시장이 감소하자 점포 수도 약 2만여개 줄었다. 2006년 22만5725개에 육박했던 전통시장 점포 수는 2020년 20만7145개로 1만8580개(8.2%) 감소했다. 전통시장 한 곳당 일평균 매출액도 같은 기간 5787만원에서 5732만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을 진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동행축제’에서 온누리상품권 판매로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를 돕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동행축제에서 온누리상품권 1819억원 규모가 판매되기도 했다. 여기에 한진 등 대기업과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금융감독원과 ‘장금이 결연’으로 전통시장 상인의 금융사기 예방과 상생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장금이 결연은 현재 서울 광장시장·강원도 삼척중앙시장 등에서 진행됐다. 또 백년시장을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백년시장 발전 프로젝트’와 우수 전통시장 선도모델을 발굴하는 ‘등대 전통시장’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이 단순 ‘유통채널’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전통시장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이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당국이 효과적 방안을 지속 발굴하고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육성방안’에서 “전통시장은 시장경제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면서 “지역의 문화가 담긴 장소, 지역주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 그리고 지역의 정서를 순화하는 장소로서 전통시장의 가치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이 직간접적인 형태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은 소비자 구매 측면에서 선택의 다양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의 중심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한다”라며 “직・간접적으로 약 150만명이 넘는 종사자의 생계를 좌지우지하는 일자리 제공의 공간 역할을 수행 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중기부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기관이 전통시장 육성을 위해 지속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라면서도 “다만,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시장은 각 지역별로 그 특성과 유통망에 상이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며 “예를 들어 서울과 부산의 전통시장, 인천과 경상도의 전통시장은 그곳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부터 특산물까지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적확한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시적 관점의 금융 지원·전국 단위의 상품권 판매 등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지역 특성을 고려한 ‘핀셋 지원 정책마련’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지역 상인과 주민의 관점에서 해당 시장이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 접근한다면 더 큰 예산 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