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건설현장 이면계약 없애기, ‘특사경’ 뜬다

업체간 경제적 이해관계 일치… 이면계약에 적발 한계 정부, 건설현장 특별사법경찰 도입… 발주자·원청 처벌 강화

2024-06-25     나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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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건설 현장에는 하도급 계약 비중이 높다. 여러 공정을 다수의 기업이 분담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기술 축적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면계약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하도급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가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2년 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계기로 대대적으로 추진됐으나, 흐지부지된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가 이번엔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서울기술연구원이 최근 건설업 종사자 851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54명 중 83%가 불법하도급이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53.7%는 실제 건설 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렇게 대답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불법하도급 유형을 물어본 결과를 보면 불법재하도급(45%), 전문공사 수급인의 하도급(25%), 무자격자 하도급(15%) 등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불법하도급이 안전 문제와 직결됨에도 국토부나 인허가청의 경우 수사 권한이 없어 이면이나 구두계약으로 이뤄진 불법하도급을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현재 전국 건설현장은 연간 17만곳이 넘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불과하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대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사법경찰직무법·채용절차법·노동조합법이다. 먼저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건설현장에 특사경을 도입한다. 특사경은 검찰·경찰 외 제한적 분야에 수사권을 갖는 공무원을 말한다. 건설현장 특사경은 국토교통부와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4∼9급 공무원에게 부여될 전망이다.

채용강요·부당금품 수수·공사방해 등 노측 불법행위와 불법하도급·건설업등록 위반·시공능력평가 조작 등 사측 불법행위가 수사 대상이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강화된다. 일부 건설사의 다단계 하도급과 이에 따른 근로 여건 악화가 노조 불법행위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서도 이면계약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시공사인 HDC현산이 건축물 철거 작업을 위해 서울 소재 한솔기업에 하청을 줬고, 이후 한솔과 다원이앤씨가 공사비를 7대3으로 나누는 이면계약을 맺은 뒤 백솔건설에게 다시 불법 재하청을 줬다. 당시 해당 재개발 현장 철거 공사비는 최초 50억원에서 불법하도급으로 11억원으로, 다시 9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2020년 9월 전남 순천에 개통됐던 ‘동천 출렁다리’도 순천시에서 공사를 따낸 A사가 B사에게 B사가 C사에게, C사는 D사에게 재재하도급을 맡겼다. 다리 개통 전 다리 바닥에 구멍이 뚫린 철판이 발견되면서 불법재하도급 사실이 드러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부 건설사들이 여전히 ‘수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공사는 돈에 맞춰서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젖어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노조는 이런 건설사 불법행위를 빌미로 부당금품을 수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워철·발주처에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불법하도급 적발 할 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공공사뿐 아니라 민간공사 감리에게도 하도급 적법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를 부여한다. 다만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는 관련 법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앞서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정부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포함한 강력한 불법하도급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관련 법안은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때 도입하기로 한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 수위가 너무 강하다는 반발이 있어서다. 당정은 이해관계자들간 이견을 조율해 상반기 중 수정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