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용거래 불가’ 1500종목… 투자자 “주가하락 불안”
“신용 불가 지정, 소비자 보호 위해 필요해”
2023-06-18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최근 국내 증시에서 ‘무더기 동시 하한가’가 연이어 나타나는 등 비정상적인 주가흐름이 감지되자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불가 종목 지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본 규모 기준 상위 6개사가 지정한 신용거래 불가 종목은 평균 1499개다. 미래에셋증권 1381개, 한국투자증권 1657개, NH투자증권 1660개, 삼성증권 1266개, 하나증권 1431개, KB증권 1601개 등으로 해당 종목 집계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따라 특정 종목의 주가 변동성, 시장 조치 등을 점검해 신용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공지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손실로 이어지기 쉬운 신용거래 불가 지정이 사기업인 증권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종목이 한 증권사의 신용거래 불가 목록에 포함하면 해당 종목에 대한 이 증권사의 대출은 더 이상 만기가 연장되지 않는다. 이에 대출받은 투자자는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차입금을 모두 갚아야 하고, 갚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에 처하게 된다. 반대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체결돼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매매를 당하기 전이라도 주가 하락 등으로 반대매매가 우려되는 경우 투자자 스스로 주식을 처분하기도 한다. 최근 ‘5개 종목 하한가’ 사태 역시 반대매매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들을 대량 매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이들 종목을 이르면 지난해 말부터 신용거래 불가 목록에 포함해왔다. 증권사의 신용 불가 지정은 근본적인 의미의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정상적이지 않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경고하는 것은 보다 많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레버리지 투자를 한 경우 신용거래 불가 조치로 당장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위험한 종목에 더 큰 레버리지를 일으키다 결국 더욱 막심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하한가 사태를 맞은 종목들은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 충격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이라면 신용거래로 가격 발견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은 주가 변동성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거래소에서 신용거래 가능 여부, 신용 담보 비율 등을 지정하기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증권사가 위험 관리와 투자자 보호의 수단으로 이를 대신 제공하는 형태”라고 했다. 이번 하한가 사태 5개 종목의 거래가 중지된 가운데 증권사가 거래 정지 종목에 대한 신용 대출 이자를 지속해서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투자자로서는 주식 손절매가 불가능하고 대출 만기 연장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이 묶인 채 이자만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 대출을 받았을 때 해당 종목은 담보일 뿐 현금을 빌린 개념이므로 이자는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주인 증권사 입장에서도 담보물이 묶였다고 이자를 받지 못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