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노·사·정 갈등에 멈추는 공사현장… 리스크 커지는 건설업계
건설노조·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 지연 파업으로 입주 지연 사례도… 입주예정자 “보상급 지급해라”
2024-06-25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지난 2022년부터 노동계가 파업을 이어가며 건설현장에서 공정이 잇따라 중단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기계지부 춘천지회는 지난 12일 강원특별자치도청 앞에서 레미콘 노동자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춘천시·홍천군·화천군 레미콘 운반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이들은 춘천권 레미콘 제조사 3곳과 단체교섭을 진행한 결과 1회전 운행(레미콘 물량 1회전 수송) 운반 단가를 기존 5만2000원에서 올해 5만8000원, 오는 2024년 6만2000원 등 2년에 걸쳐 1만원(19.3%) 인상하기로 협의하며 지난 13일 파업을 철회했다.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는 지난해부터 파업을 이어가며 각 건설현장에서는 신규 아파트 착공 감소부터 입주 및 재개발·재건축사업 지연 등의 차질이 우려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은 16일간 진행됐지만 이로 인한 실제 공정은 3배 가까운 평균 40일 정도가 지연된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와 원자재 수급 차질 문제까지 겹쳐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공공분양 4곳과 공공임대 15곳 등 총 5435가구의 입주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달 입주 예정인 경남 창원시 가포지구 A-2블록(402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입주는 오는 9월로 연기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장기간에 걸친 파업과 레미콘 운송조합 파업이 더해지며 골조공사가 오래 지연된 탓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지난 1월로 입주 예정이던 서울 강남구 자곡동 수서역 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597가구)을 문화재 발굴 문제에 이어 노조 파업까지 겹쳐 입주를 5개월 연기한 바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아파트는 입주를 내년 2월에서 5월로 연기한다고 공고했다. 화물연대 총파업과 레미콘 및 건설자재 수급 지연 등으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올해 초에는 정부가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타워크레인 노조가 태업에 들어가며 공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 대처에 반발하며 준법투쟁에 나섰다. 약한 바람에도 타워크레인 운전을 못하겠다고 하거나, 일부러 철근 등 자재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은 현장에 필요한 온갖 자재를 다 들어올려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추가 근무 거부는 물론, 정해진 근무 시간내에서도 업무를 지연시키면 아파트 한개층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종전보다 1∼2일은 더 소요된다”며 “이 같은 상황이 누적되면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진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입주 예정자들의 이사‧입주 계획에 차질이 생겨 건설사에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속출했다. LH 관계자는 “당초 입주 일정에 맞춰 자녀 학교나 직장, 전월세 계약 등의 이주 계획을 수립했던 입주민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 보상금을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에서 공제해주고, 화물연대에는 파업에 따른 피해 배상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