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STO시대, 혁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2024-06-19     김범진 밸류맵 대표
김범진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은 IT 분야가 느리게 발전하는 영역으로 인식한다.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를 접목한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라고 하는 분야가 부동산 기술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 가격정보나 매물을 편리하게 모바일로 분석하여 종전 임장활동을 줄여주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을 거래하는 방식은 프롭테크가 탄생하기 전과 같이 여전히 직접 대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등기를 완료해야 끝이 난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에서 여전히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기술이 R&D 단계를 거쳐 상용화 되면 초기에는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초기에는 사용자가 적어 네트워크 효과가 미미했지만, 마치 물이 끓는 점을 넘기는 것처럼 특정 지점에 도달 하면 순식간에 서비스가 퍼지면서 기술도입을 원치 않았던 분야까지도 강제로 개종(?)하게 되는 기술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과연, 부동산 거래 분야에서도 우리는 이런 기술혁신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STO(Security Token Offering)를 그 후보로 보고 있다. STO란 기업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유사한 방식으로 토큰을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이다. 미술품, 와인, 한우, 콘텐츠 저작권, 부동산 등 종전에는 유통되기 어려웠던 자산들이 이제는 토큰으로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영역에서 이 것은 매우 혁명적이다. 왜냐하면, 부동산 금융은 사실상 어떻게 하면 목돈인 부동산 거래금액을 보다 쉽게 유동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유동화의 수단으로 대표적으로 증권화(securitization)가 있다. 부동산에도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가 있으나, 대형자산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부동산 STO는 기존 리츠와는 달리 다양한 중소형 부동산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일 같이 이용하는 전기차 충전소 STO에 투자한 후 STO 홀더(토큰증권 소유자)의 자격으로 충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드라이브 스루 STO, 태양광 발전소 STO, 꼬마빌딩 STO 등 기존 제도로는 쉽게 만들기 어려웠던 부동산 투자상품이 STO라면 가능해 진다. 건물주들이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등기매각 방식보다 빠르고 가벼운 STO 방식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업계가 STO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처럼 기존 부동산 개발공식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PF금융을 중심으로 분양형 일색으로 개발되어왔던 토지가 이제는 현금흐름 중심의 STO로 개편되고, 주거용 분양상품 일색이던 도시의 개발풍경도 보다 다채로와 질 것이다. 다만, 법제화 이후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래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특정 자산만 천편일률적으로 상장되면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일 수 없고 2차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어 신규STO 발행이 저조해질 것이다. 또한, 악성 부실자산을 STO로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떠넘기는 행위 또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금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STO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