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제3지대 속속 등장…다당제 유도 선거제 개편 등 '변수'
양향자, 26일 신당 창당…금태섭은 9월 예정 여야, 6월 내 개편안 도출 약속했지만 '난항'
2023-06-25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이달 '한국의 희망'을 창당하는 데 이어, 금태섭 전 의원이 오는 9월 신당 창당을 예고하면서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거대 양당에 돌아서는 무당층 등이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뤄지면서 제3지대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제3지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관건이 될 전망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의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창당 발대식을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다. 신당 이름은 '한국의 희망'으로 결정했다. 양 의원은 신당 명칭과 관련해 "미래, 청년, 혁신, 선진 등 희망적인 단어를 챗GPT(생성형 인공지능)에 넣었을 때 '희망'이 나온다"며 "여러 가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대한민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의 신당 창당 배경에는 기존 정치권의 거대 양당 구조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보수당이 민주당 정부한테 아마추어라고 했고, 민주당은 보수당에 부패 세력이라고 했다"며 "20년 동안 아마추어와 부패 세력이 그대로 이어져 오는 형국인데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만 바꿔 가면서 정치를 퇴행시키는 상황을 국민들이 보고 있다. 대통령 제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라며 "심지어 대통령 후보가 없을 때는 빌려온다. 대통령을 만들고 정권을 창출해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국가 운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 의원도 지난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문재인·윤석열 정권 모두에게 실망한 유권자,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문제의식을 가진 유권자를 모아 수도권에서 30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 2차 포럼에서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민생과 관계없는 기존 정치권 싸움에 (국민의) 관심을 잃은 지 오래"라며 "신당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고를 떠나 새로운 세력, 신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틀로는 우리가 부딪힌 문제,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문제가 있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며 "신당 내용을 충실히 채우는 작업,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협력을 계속해 9월쯤에는 창당에 돌입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거대 양당 구도에서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제3지대 등장은 캐스팅 보트 격인 중도층과 무당층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총선을 앞두고 중도를 표방한 정당들이 등장했지만, 현 정치권은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탓에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무당층 비율이 점차 늘면서 제3지대 활동 공간을 넓혀주고 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비율은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다만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선거구에 한 명의 대표자를 뽑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 등 다당제를 유도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인 '중대선거구제' 등이 도입된다면 기존 양당의 분화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당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초당적정치개혁의원모임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 최초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 등 다양한 정치권 노력에도 선거제 개혁을 위한 정당 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합리적 대화를 통한 협상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기반한 기득권적 '정치 개악'이 걱정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구체적인 협상 일정·시한 약속 △각 당의 선거제 개편 목표·원칙 공개 등을 촉구했다. 설상가상 여야의 선거제 개편 시한인 '6월 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이달 말 선거제 합의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의원 정수를 줄일 경우 비례성 강화 등 제도 개편도 불가능해지면서 제3지대가 설 자리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소수정당 중 하나인 정의당 소속 심상정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의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정치 개혁은 특권 축소이지, 의원 축소가 아니다. 권력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소수일수록 집중되는 게 상식"이라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비례성·다양성 강화라는 시대정신을 짊어져 나아가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제3지대가 거대 양당 속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인물 확보도 중요할 전망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나 안철수 의원 등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정치인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신당이 성공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안 의원(현 국민의힘 소속)이 창당한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 지지를 바탕으로 38석을 확보하며 한때 원내 제3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단일화하며 사라지면서 결국 실패했다. 이처럼 거대 양당 구도라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제3지대가 등장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 등 어느 정도 소구력을 갖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이 밖에 거대 양당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이 아닌, '중도 성향'의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비전을 가진 인물이 전면에 나와야 이들을 대체할 제3당으로서 무당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