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는 이미 저멀리…“규제 해소로 혁신산업 성장 모색”

규제에 막힌 국산 혁신의료기술, 日에서는 허용 글로벌 배달 로봇 시장, 27년 2억달러까지 성장… 국내는 규제 해소 논의 단계

2023-06-20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래가치가 높은 일부 산업이 '규제 감옥'에 갇힌 채 사업화는 커녕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 혁신 기술이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모닛’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기저귀 관리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가 기저귀 내부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경고신호를 보낸다.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 공개돼 혁신상까지 받았다.

이 기술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반면 국내는 의료법에 막혀 해당 기술이 필요한 국민은 물론, 생산 기업까지 부담을 떠안게 된 상태다. 정부는 의료기기 수급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장기요양 복지용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해당 항목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이 반려된 바 있다. 목록에 없는 제품 비용은 100%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제도를 개선하면서까지 해당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섰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해당 기술을 개호보험(요양보험)에 편입했다. 일본 정부가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규제를 완화한 결과, 일본 국민들은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국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연이은 배달료 인상으로 라이더 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요식업계의 경우, ‘배달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로봇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도입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차마’에 해당하는 로봇은 보도통행과 공원 출입이 제한돼 있다. 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상, 생활물류서비스사업(택배 및 소화물배송대행)이 가능한 운송수단은 화물자동차와 이륜차로 한정돼 있다. 운송수단과 도보 배달이 모두 가능한 라이더에 비하면 로봇 배달부는 한계점이 명확한 만큼 현실적으론 로봇을 도입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일부 배달 로봇의 상용화가 이뤄진 상태로, ‘무인 배달 일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앞서 미국 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20년 2월에 최초로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규제 면제를 승인했다. 승인 받은 차량은 누로의 자율주행차 R2로, 물건 운송을 위해 설계된 무인차다.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가열되지만, 우리나라는 ‘배달 로봇’에 대한 규제 해소 여부에 대해 논의만 하는 단계다. 더 마노메트 큐런트는 보고서에 자율 배송 로봇 시장의 규모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 2억3659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의료기기 I사 법무팀 관계자는 “국내는 규정에 맞춰 기술의 적법성만을 심사하는 것이 문제”라며 “규제 기관이 혁신 기술의 중요성에 맞춰 제도 개선을 당국에 요청하는 등의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