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놓고…與 "신뢰 못해" vs 野 "진정성 곡해말라"

여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놓고 연일 '갑론을박' 김기현 "국민에 사과해야, 실천 방안 제시하라" 비명계 '환영'…"'방탄 정당' 벗어날 계기 됐으면"

2023-06-20     문장원 기자
민주당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과 관련해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깎아내린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대한 경고"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비이재명계(비명계)도 '방탄 정당'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날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만시지탄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 대표는 국민들 앞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해 놓고 손바닥 뒤집듯 그 약속을 어겼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 약속을 지킬지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하라"고 덧붙였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본인이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분명하게 공약을 다 해놓고서 본인과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부 다 불체포특권을 활용했다"며 "본인의 말과 행동이 늘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장난과 말 바꾸기가 워낙 반복이 돼 이 대표가 말한 불체포특권의 포기라는 것도 울림이 없다"고 혹평했다. 이 대표의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그분(이 대표)이 항상 뻔뻔하게 거짓말 잘하는 분이고 언행 불일치의 대마왕"이라며 "본인이 정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의 어떤 직무, 그리고 당 대표로서의 직무도 포기할 수 있는지 저는 되묻고 싶다. 말로만 하는 특권 내려놓기, 이것은 정말 국민들을 우롱하고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으로 국민을 향해 당 혁신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고 치켜세웠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진정성을 곡해하지 말라"며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대한 경고이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허하게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담대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이 대표의 결단으로 당내 비명계와의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소위 비명계에서도 환영하는 메시지가 많이 나왔다"며 "이 대표 연설이 끝나고 그럴 것 같지 않은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더라"고 전했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입장을 발표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방탄 정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공식 출범을 앞둔 당 혁신기구의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혁신위에서 지금 친명계가 얘기하는 대의원제 폐지, 당원 소환 등만 얘기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도덕성 회복도 얘기해야 하는데 (불체포 특권이) 딱 걸려 있으면 한 발짝도 못 나가지 않겠나. (혁신위의) 물꼬를 틔워주는, 공간을 열어주는 의미"라고 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이상민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매우 잘한 결정"이라며 "방탄 국회, 방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용기 있고 당당한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