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아이가 곧 어른이다"

2024-06-20     최대억 기자
최대억

매일일보 = 최대억 기자  |  10년 전 11월, 중국 광동성(廣東省)을 대표하는 일간지 광저우일보(广州日报报) 사회면 한켠에 ‘홍콩에서 희토류(마그네슘 등)를 밀반입한 한국인 2명 체포’ 기사가 실렸고, 이틀 후 마약 및 희토류 사범 엄벌로 유명한 중국 당국의 즉결 사형집행 예고 소식을 접했다.

희토류 및 그 가공 능력을 자급자족 할 수 없는 우리네 처지였고, 한국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이웃집 격인 북한에 매장 예상되는 각종 지하자원(북한 경제와 외화벌이 수출 산업을 떠받치는 중요 산업)을 떠올린 대목이다. 필자는 2013년 9월 광저우일보미디어그룹에서 발행하는 광저우일보한원조보(苏州日报韩文早报) 초대 편집국장을 역임한 바 있어, 현지 정보 취득이 용이했다. 따라서 빙산의 일각 쯤을 예들어 봤다. 당시 몸담은 미디어그룹은 연간 광고수익만 2조원(한화)을 조금 웃도는 본지(광저우일보), 스포츠·어린이·영자(英字)·메트로(지하철신문, 홍콩 배포)신문 등 출판물(신현대 등)을 제외한 14개 계열신문이 있었고, 필자는 15번째 창간지를 맡게 된 것이다. 앞서 재직중이던 국내 언론사(대구일보)의 배려로 휴직과 휴가를 거듭, 근 1년 중국을 왕래하다 이듬해 10월 25일 창간호를 낸 익월(翌月)에 희토류 밀반입 사건을 지켜봤던 것이다. 그즈음 탈북 출신의 본사 소속 이사(현 중국국적)가 우스갯소리로 “필시 불법이긴 하나 공민왕 때(고려)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목화씨를 가져 온 문익점(文益漸) 선생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며 “가까운 서해 놔두고, 북한(희토류)과 거래하면 쉬울 터인데, 한국은 야야가 서로 미국에 꼰질러서 그러나? 아님 일본 개입 또는 유엔(UN) 제재가 겁이 나서 그런가? 뭣하러 고생해서 빙둘러 잡히나”라며, 과거 동네 영감이 훈수 두듯 시부리는데, 얄밉지는 않더라. 어디 이뿐인가. 견문을 넓히다 보면, 그자의 말처럼 국가·국경 간 이뤄지는 지하 거래는 제아무리 논어·맹자 전체를 암송하고 인문·사회·자연과학 교양서를 제아무리 톺아볼지언정 당장 간특(奸慝)하고 음흉한 자에 비길 만 하겠는가. 하물며 국민의힘 한 초선 국회의원은 최근 필자에게 “우파였어도 대학 시절, 통일과 민족 화합을 염원하며 막걸리 한사발 하던 낭만이 있었는데, 어느 듯 통일 문구는 좌파의 전유물로 인식되면서, 당내에서도 통일 단어 사용하기 참 힘들다. 오해 받는다”며 “성인이 되고 특히 정치인이 되면서 가치관에 혼란을 느낀다”고 넋두리한다. 그에게 “그래도 면장(面牆)은 했네요”라고 했다. 면장은 이장(里長)보다 높은 동네 ‘면장(面長)’ 뜻이 아닌, ‘면면장(免面牆)’의 줄임말로 공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시경의 ‘수신’과 ‘제가’에 대해 공부하고 익혀야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따라서 불문즉약(不聞則藥), 즉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으나, 알아야 역지사지(很容易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에 임할 줄 알고, 다음 단계인 ‘알아야 모르는 척', 면(免)할 수도 있다. 요즘 청년세대가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과 염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걱정할 이유가 없다. 통일에 대해 최근 “‘통일세’. 일종의 도박, 굳이 통일이라는 도박(리스크)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장하고 감수해야 하나”라고 말한 미래의 청년 지도자의 사견에 공감한다. 그래서 ‘대기만성(大器晩成)’, "아이가 곧 어른이다"이라는 의미를 54세에 또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