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금융권 디지털 전환 핵심이 된 ‘AI’...규제 풀고 혁신 더 빨라진다

AI 통해 미래 금융산업 지형 근본적인 변화 기대 로보어드바이저·챗봇 등 금융서비스 전반에서 활성화 韓 AI ‘초기단계’…데이터 확보·규제 개선 등 시급

2023-06-25     홍석경 기자
증권사들이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작년 11월 공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 이후,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도 AI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근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의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활용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부터 초거대 AI 모델 개발이 본격화했고, 국내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국어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I는 금융권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큰 분야다. 정부 역시 AI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R&D 중점투자 및 관련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AI 활용은 현재 초기단계로 로보어드바이저와 챗봇, 상품추천, 이상거래탐지, 신용평가 및 여신심사 등에서 활용중이다. 향후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생산성 혁신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서 미래 금융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AI, 2030년까지 연평균 38.1% 성장…시장 규모만 ‘2000조 원’

AI 산업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AI는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38.1% 성장해 시장 규모만 1조5910억 달러(약 2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생성형 AI 역시 연평균 34.3% 성장해 2030년 시장 규모 1108억 달러(142조 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와 스타트업들은 이미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활용 모델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챗GPT’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Open AI’는 GPT-3.5 모델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를 출시해 일반 기업과 개발자들도 챗GPT를 구동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허용되지 않은 비윤리적 답변 확률을 82%나 감소시켰다.

또 ‘MS’는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를 결합해 AI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2019년 오픈AI의 기술 개발과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0년 GPT-3 기반 기술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구입한 데 이어, 챗GPT의 기술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도 고려 중이다. ‘Google’도 ‘챗GPT와 같은 AI 챗봇이 광고와 전자 상거래에 의존하는 검색 기업의 사업 자체를 뒤엎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AI 프로그램 람다(LaMDA) 기반의 실험적인 대화형 AI 서비스인 ‘바드(Bard)’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권, 독자 개발·협업…AI 도입 본격화

아직 초기 단계긴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AI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 속속 내놓고 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개발은 향후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도 이어질 수 있어,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고품질의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모델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권 AI기술 동향을 보면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을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이 공개한 ‘KB-GPT’ 데모 웹사이트는 GPT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실증용(PoC) 사이트다. 금융 서비스 내 검색, 채팅, 요약, 문서작성, 코딩 기능을 모두 GPT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챗GPT를 활용해 종목 시황을 요약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종전에 금융 상담을 받으려면 직접 지점을 방문하거나 ARS 콜센터로 전화해서 상담원과 통화해야 했지만, 투자GPT를 통해 간단한 채팅만으로 순식간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KT와 협력해 AI기술을 도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i-ONE Bank(아이원뱅크)’ 내 AI 음성인식 플랫폼(기가지니인사이드)에 기반을 둔 ‘기가지니 음성 서비스’를 통해 메뉴 찾기, 간편 송금, 일상 대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독자 개발을 통해 AI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아예 2018년에 독립법인(CIC)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만들고 여기서 자연어처리(NLP), 데이터사이언스, 사용자경험(UX)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을 연구해왔다.

◇韓, AI ‘걸음마’ 수준…규제 정비·신뢰성·정보 부족 ‘숙제’

금융권 AI는 지난 2020년 8월 마이데이터 도입 이후 빅데이터 활성화 기반이 구축돼, 비금융권 대비해서 가장 활성화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AI 활용 수준은 초기단계로 로보어드바이저와 챗봇, 상품추천, 이상거래탐지, 신용평가 및 여신심사 등에 그친다. 우선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다. 금융연구원이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AI 개발‧도입의 가장 큰 제약요인으로 데이터 부족을 응답했다. 데이터는 AI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러나 아직 금융 관련 AI 개발 학습 및 테스트 등에 활용 가능한 양질의 금융 빅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은 데이터를 생산해 공급하는 빅데이터센터와 데이터 가공・분석 및 유통기반을 제공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기술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정 대상에 대해 차별 논란을 겪었던 ‘이루다 사건’ 등 AI에 대한 시민사회 우려 등을 감안할 때 금융분야 AI 활용이 지속 확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재작년 7월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뢰성있는 AI 서비스 운영을 위한 원칙 등이 마련됐지만,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인프라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다.

현행 금융관련 제도가 AI 관련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 금융회사 등이 AI를 도입 활용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안내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AI 개발 주기에 걸쳐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주요사례(Best Practice) 등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소비자 보호 기능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명 가능한 AI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정부도 이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한국신용정보원이 주최한 ‘금융 산업의 인공지능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축사를 통해 “오작동이나 집중리스크(digital herding) 등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빅데이터 확보, 데이터 결합 전문기관 추가지정, 금융 데이터 규제개선, AI 테스트베드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