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대통령 거부권 행사 파장…내년 총선 변수될까
노란봉투법 놓고 세 번째 거부권 전망 국민의힘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 이재명 "거부권에 막혀 입법부 작동 못해"
2023-06-25 박성현 기자
매일일보 = 박성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제정안 관련 당사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도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집권 초반부터 갈등을 빚었던 노동조합과의 격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잇달아 행사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얻고 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5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부의된 간호법이 폐기된 것을 놓고 "간호사의 명줄을 끊었다"고 했다. 이어 의사와 의료기관의 부당한 불법진료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과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으로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첫 거부권이 행사된 것을 놓고 농민들이 삭발 투쟁을 하는 등 법 개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강행 처리될 가능성도 높아 세 번째 거부권 행사가 전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이 15일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불법파견 저지 파업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동자들에게 2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고 한 원심을 파기 환송해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노란봉투법 처리 시 거부권을 요청할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기본 법리조차 모른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부작용이 뻔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폭주의 책임은 모두 민주당에게 돌아가기에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심사 중이었던 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은 국회법 위반으로 볼 수 있기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겠다"며 "만약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께 거부권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생산라인 점거로 손해를 준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배 청구소송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공동 불법 행위의 기본 법리조차 모르고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조차 못 하는 노정희 대법관은 법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서로 "이 판결은 쟁의행위로 인한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무분별한 고정비 손해배상청구에 제동을 걸었다"며 "쟁의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민노총은 "헌법 상 노동 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는 기조를 명확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노란봉투법 내용을 그대로 판단한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거부권"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 고질적인 노동계 문제에 개입하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 차원에서 불법 집회·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제한 등이 담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노동 탄압 프레임이 강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대표 교섭단체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시행령 정치와 거부권에 막혀 입법부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는 질식해 위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전보다 더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생기는 반발에 대해 국정 수행 평가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며 "양곡관리법인 경우 기본적으로 농민들이 불쌍하다는 정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정치평론가는 "옛날에는 농촌 이슈에 대해 정치권이 무조건 해줘야 됐다"며 "도시민들의 고향이 농촌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그 시대가 끝났다"고 언급했다. 또한 "(간호법에 대해서도) 간호사를 생각하면 고맙고 했던 시대가 끝났다"며 "약자라고 더 달라고 말하기에는 우리나라 유권자들 입장에서 저 정도면 살만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생긴 반발에 대해 동정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해당사자간 논의도 없이 강행 처리하는 행보로 인해 집단 이기주의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거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