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낸 자영업자 10명 중 7명 ‘다중채무자’
경기 침체·부동산 가격 하락 시 ‘상환불능’ 우려
2024-06-21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여러 ‘빚’(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면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19조8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 대출잔액은 720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자영업자 전체 대출은 909조2000억 원에서 110조6000억 원 증가했는데 다중채무자 대출이 630조5000억 원에서 89조8000억 원 늘어나면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자영업자 차주(대출 받은 사람)는 262만1000명에서 307만명으로 44만9000명(17.1%) 늘었다. 이 중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이 낮거나(7~10등급) 소득이 낮은(하위 30%) 취약차주는 28만1000명에서 33만8000명으로 5만7000명(20.3%) 증가했다. 연체위험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위험률은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연체위험률은 연체가 시작(5영업일 이상)됐거나 세금을 체납한 자영업자가 보유한 ‘연체위험’ 대출잔액이 전체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특히 취약차주(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의 연체위험률은 같은 시점에 1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자영업자 부채의 구조적 취약성도 지적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비(非)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58.6%로 비자영업자(15.1%)를 크게 웃돈다. 그만큼 상업용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3억3000만 원)는 비자영업자(9000억 원)의 3.7 배에 이르고, 더구나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일시상환 방식과 단기대출 비중이 각 44.2%, 73.2%로 비자영업자(37.7%·37.6%)보다 크다. 한은은 “대출액도 많고 상환 기간도 짧아 자영업자들의 원리금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