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현대차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은 ‘신포도’
순환출자 끊고 지주사의 지분 규제 충족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 자금 들어 다원화 사업 구조 속 컨트롤타워 필요성…사업별 자율경영 체제 굳혀 경영성과 높여
2024-06-21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지주사체제 전환은 오너의 지배권을 다진다는 것이 강점이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분 규제 충족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들기 때문에 이른바 ‘신포도’로 불린다. 다만 다원화된 사업 구조 속에서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21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그룹 내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의 지분을 상호 연결하는 고리를 중심 축으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97%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모두 합산하면 지분비율이 31.31%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삼성 금융그룹의 중심축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함과 동시에 5.01%의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지배한다. 또한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 8.51%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이 회장 일가는 그룹 내 중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그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산하더라도 5.45%에 불과하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삼성전자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지분 1%를 사들이는 데에 약 3조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만일 이 회장이 해당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되고, 삼성전자는 자회사로 편입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삼성물산의 자회사 비중은 50%를 초과하게 되는 만큼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이 현재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5.01%에 25%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위해 추가 매입해야 하는 지분 가치가 무려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모든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소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지분 2.62%, 기아 지분 1.74%를 보유했다. 특히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했다. 순환출자 구조에 정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아직은 낮은 만큼 향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순환출자 구조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많은 회사를 지배가 가능하도록 한다. 하지만 한 회사의 부실이 연결고리를 타고 전체 그룹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기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는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위해서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다원화된 사업 구조 속에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각각 사업별 자율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경영성과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