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부인-자녀' ‘건강보험무임승차’

10억 이상 고소득 피부양자 리스트 전격 공개

2005-09-23     김윤정 기자

억대 소득자 버젓이 피부양자 등재 건보 ‘회피’
고소득자 보험료 부과 시, 저소득층 보험료 면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년 간 배당 소득만 자그마치 75억원인 홍라희(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씨를 포함해,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1천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부양자로 등재돼 수년간 건강보험혜택을 무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소득을 신고하고도 피부양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총 80만231명이다. 이중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총 1천701명이며, 년 간 소득이 17억원이 넘는 김 모씨 (LG ) 포함, 10억원 이상도 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년 간 75억원의 소득을 올린 경우에도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강보험혜택을 무료로 받고 있었다. 한편 5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신고한 8만6천883명은 올해 3월 피부양자자격에서 제외되어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허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 제도로는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소득이 1만원이라도 발생하면 피부양자에서 탈락되기 때문에 500만원이어도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것이다.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비부양자 자격요건은 신분요건으로 직장가입자의 배우나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여야 하며 부양조건으로 직장가입자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며 소득이 없어야 한다.전재희 의원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안돼 직장가입자와 소정의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국세청에 신고하는 사업, 임대소득만 없으면 수십억대의 소득과 수백억대의 자산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피부양자로 등재해 건강보험혜택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이런 현상은 보건복지부의 ‘피부양자 인정기준’이 국민건강보험법 제 5조 2항에 위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 2조 1항에 따르면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 소득이 없는 자’이지만 보건복지부는 ‘피부양자 인정기준 고시’에서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경우 사업소득과 임대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하인자로 한정’해 이자, 배당 소득 등은 제외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소득이 없는 자’를 자격요건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소득자들의 대부분은 이자나 배당 소득자로써 이처럼 법을 위반한 고시로 인해 수년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셈이다.전재희 의원은 현행 보건복지부의 ‘피부양자 인정기준 고시’가 고소득계층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소득층 모럴 해저드, 피부양자 억대소득자 수두룩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2만983세대가 피부양자의 년 간 소득이 보험 가입자 본인의 년 간 소득보다 많았음이 밝혀졌다.이 모(38)씨는 년 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아버지가 가입한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어 건강보험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양자인 아버지는 직장 1등급으로 월 소득이 28만원에 불과하여 월 6천30원의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었다.곽 모(55)씨도 년 간 12억7천118만원의 고소득자이다. 그러나 곽씨는 자녀의 명의로 가입한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다. 곽씨의 자녀는 월 평균 53만원의 직장인으로 월 1만1천42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다.이들은 모두 자신을 부양하고 있는 가입자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억대소득을 올리는 29명은 형, 동생, 누이 이름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 보험료를 적게 내고 있었다. 임 모(25)는 년 간 1억3천931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 8등급으로 년 소득이 700만원대인 동생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있었다. 강 모(28)씨의 경우도 년 간 소득액은 8억5천940만원이지만 형이 가입자로 있는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었다. 강씨의 형은 월 120만원의 직장인으로 월 2만5천원대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다.이들은 고소득자로 충분히 건강보험료의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형제 자매의 명의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었다.전재희 의원은 “이들 모두 국민 건강보험법 제 5조 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 2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들 보험료 납부 177만 세대

과세표준으로 3억원(시가기준10억)원 이상 보유한 피부양자는 1만8천712명이다. 이중에는 과세표준으로 10억 이상의 피부양자는 758명, 과세표준으로 100억대 이상의 고액 자산가도 3명이다.김 모(53)씨의 경우 국세청에 신고한 재산은 과표 기준으로 49억원, 그러나 아내명의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으며 아내가 신고한 소득은 월 73만원으로 납부하는 보험료는 1만5천730원에 불과했다. 김씨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최고등급인 100등급을 부여받아 월 200여만원의 보험료를 내야해야 한다.유 모(81)세의 경우도 과세표준 기준의 재산으로만 102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명의에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있다. 유씨의 자녀가 내는 직장 보험료는 월 4만2천660원에 불과하며, 유씨도 지역가입자로 전환할 경우 200여만원을 내야해야 한다.이처럼 고액 자산가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양자로 등재가 가능한 것은 현행 국민건강 보험법 , 시행령, 시행규칙, 보건복지부 고시 등 관련 법규에 피부양자 자격요건이 ‘소득기준’으로만 산정되기 때문이다.건강보험공단의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역자입자 중 소득은 없으나 재산에 의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세대는 총 516만9천956세대로 전체 지역가입자 855만5천 세대의 60.4%를 차지한다.이 516만9천956세대 중 저소득 전월세 세대로 추정되는 1천만 이하의 재산을 보유한 세대만 177만7천951세대로 전체의 20.8%에 달한다.

고소득층 보험료 부과, 저소득층 면제

소득기준으로 500만원 이상의 이자, 배당 소득을 올리고 있는 피부양자는 12만2천455명에게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년 간 최소 300~400억 대의 보험료 수입이 예상된다.미성년자만으로 구성된 저소득 세대는 현재 7만여 세대이며 월 평균 보험료는 5천970원이다. 또한 1천만원 이하의 전월세 세대 중 소득 없이 재산으로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세대의 평균 보험료가 1만5천원대 임을 감안한다면, 고소득자에게 보험료를 부과 시 미성년자로만 구성된 전세대를 포함해 년 간 최소 20만원 이상의 저소득 가입자에게 보험료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또한 10억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에게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보험료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저소득층은 수십 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전재희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근로소득은 가혹하게, 불로소득은 보험료 납부 면제를 해온 반국민적인 건강보험제도의 실태를 확인했다”고 언급하며 “현행 소득 요건만 있는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재산기준도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