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떨어졌는데 왜 비싸질까” 라면업계 배짱인상 뒷배경 ‘주목’

밀 가격 하락분 반영 6개월 소요…평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 제분사 인상 반영분 지속…에너지비용 등 원가 압박 요인 산적

2024-06-21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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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라면 가격 인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라면 가격 인하 압박과 함께 ‘라면플레이션’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 가격에 대해 기업들이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라면 기업들이 줄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 9~10월 대비 현재 국제 밀 가격이 50% 안팎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이 여전히 높단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를 살펴보면,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t당 228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전년 동기(419달러) 대비 45.6% 하락했다. 라면업계는 원가 부담 확대를 근거로 2021년 8~9월에 이어 지난해 9~11월 두 차례에 걸쳐 라면값을 16~23% 인상한 바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팔도, 오뚜기는 바로 다음 달 제품 가격을 각각 9.8%, 11.0% 올려 잡았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민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가격 인상은 지속 문젯거리로 여겨져 온데다, 추 장관이 소비자 단체의 압력 행사도 주문한 만큼 라면플레이션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업체들은 국제 밀 가격 하락이 곧바로 라면 가격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단 입장이다. 정부 압박과 소비자 여론을 고려해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 중에 있으나, 현실적으로 당장의 반영은 쉽지 않다. 곡물 수입 원가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에는 약 3~6개월 이상 시차가 발생하는 탓이다. 또한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무엇보다 라면 제조사들 입장에선 원재료 수급 과정에서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밀가루를 공급받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 대한제분·삼양사·CJ제일제당 같은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를 공급하는 제분 업체들은 지난해 밀가루 공급가를 10% 이상 올렸다. 업체별로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단위로 제분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지난해 인상 반영분을 올해에도 지속 감수하고 있다. 생산 원가를 좌우하는 변수들 역시 여전히 산적하다. 통상적으로 라면 생산과정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0%다. 이 중 밀가루의 비중은 평균적으로 약 20% 정도다. 밀가루 외 팜유, 농수산물, 전분, 스프 등 라면 한 봉지 값을 결정하는 재료는 다양하다. 전분의 지난달 가격은 지난해 동기보다 60%가량 올랐다. 원재료값을 제외하면, 인건비와 물류비, 전기·수도 요금, 광고비 등 경영 제반 비용이 생산비의 나머지 40~50%를 결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2% 상승했다. 에너지 공공요금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2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분기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밀 가격이 내렸다고 라면 가격도 내려야 한다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라면의 최종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 까진 다양한 이해관계 및 유통절차 등이 반영된단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