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장기 불황 털어낸 조선업계,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방점
IMO "2050년 선박 탄소 배출량 50%→0%" '수상 테슬라'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
2023-06-25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입각해 친환경 선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글로벌 자율 운항 선박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신성장동력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대표 조선 3사의 수주 잔량은 707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기준 수주 잔액은 1061억달러(한화 약 137조812억원)이다. 1년 전 대비 상선이나 특수선 등의 일감은 53척, 173억달러(22조3516억원) 가량 늘었다. 이는 엔진·플랜트·해양 등 타 부문 수주 실적은 뺀 실적이다. 조선 3사는 2028년분까지 이미 수주해둘 정도로 일감이 넘쳐나고 있어 수익성이 없는 주문은 받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 같이 K-조선업계 슈퍼 사이클이 돌아오자 각 회사들은 인력난에 처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모양새다. 실제 조선사들은 너도나도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며 인재 모시기에 열띤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조선사들은 탄소 중립 기조에 맞춰 친환경 선박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앞서 IMO는 2050년 선박에 의한 온실 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도록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는 7월 개최되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는 2050년 해운 분야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기존 2008년 대비 50%에서 100%로 상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 연료 사용에 대해서는 총 800억달러(103조4400억원) 규모의 부담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선사들의 주 고객인 해운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 맞춰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 환경 규제 강화에 연료 전지 추진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소위 '엔진 없는 배'를 만드는 것이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은 고분자 전해질 연료 전지(PEMFC) 기반 액화 수소 연료 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고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PEMFC는 저온에서 작동하고 컴팩트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시동 거는 데에 기존 대비 짧은 시간이 걸리고, 반복 가동·정지에도 내구성이 좋아 모빌리티 분야 적용에 적합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두산퓨얼셀·쉘·하이엑시엄·DNV 등과 '선박용 연료 전지 실증 컨소시엄'을 이뤄 연료 전지 개발 노력을 기하고 있다. 이들은 2025년부터 쉘이 운용할 17만4000㎥급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에 600㎾급 고체 산화 연료 전지(SOFC)를 탑재하고 이를 보조 동력 장치(APU)로 1년간 활용해 실증에 나선다. 장기적으로는 연료 전지를 추진 동력원에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KSS-Ⅲ 배치-Ⅰ 시리즈에는 범한퓨얼셀의 PEMFC가 적용돼 잠항 중에도 전력을 만들어 낸다. 이 회사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친환경 예인선 개발 사업을 따냈다. 또한 친환경 연료와 전동화 육상 시험 시설(LBTS)을 건립해 상선용 연료 전지 시스템도 적극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