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대급 투자 한파에도…소부장 스타트업 ‘강세’
소부장,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요성 ‘부각’ 장기적 지원·관심 요구…“꾸준한 대비로 외교적 리스크 최소화 필요”
2024-06-22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스타트업 육성을 천명하자,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 소부장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를 의미하는 축약어다. 원자재·중간재·최종재로 이어지는 제품 생산 과정의 가치사슬(Value Chain) 구조에서 중간재에 해당한다. 특히, 중간재인 소부장은 궁극적으로 최종재의 부가가치·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산업전반에 미치는 전후방효과가 크다. 또한, 소부장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이 기반이 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부장 산업은 지난 2019년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그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일본은 같은 해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도 배제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규제는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해제됐지만, 이번 정부 역시 지난 정부에 이어 한국의 부실한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부장의 특성 중 하나는 국제 무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 국가가 자체적으로 완전히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외교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정도 ‘버틸 힘’을 구현해 놓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미래 핵심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적 경쟁에 가세하고 각종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슈퍼 을(乙)’ 글로벌 소부장 기업’에 나선다는 게 산업부의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업부는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7대 분야 15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우주, 방산, 수소 등 3개 분야를 추가해 10대 분야 2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이를 산업 생태계에 따라 세분화해 ‘핀셋 지원’에 나선다. 지속적인 소부장 산업 육성에 가장 중요한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 네트워크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수요 및 공급기업 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글로벌 진출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해외 수요기업, 해외 클러스터로 협력대상을 확대한다. 또한, 독일, 덴마크 등 소부장 선진국 3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로 첨단 기술 조기 확보에 나선다. 과거 ‘소부장 위기’를 촉발한 일본과는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보완·확장이라는 전제 속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소부장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이 대표적으로, 사업화 자금·정책자금 한도 우대·보증료 감면·수출마케팅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벤처 투자 혹한기에도 소부장 스타트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집중 육성한다는 중기부의 의지가 담겼다. 중기부는 4월 100개사 중 40개사에 대한 추가 선정을 마무리해 소부장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책을 전개할 준비를 마쳤다. 해당 정책은 2020년부터 시작돼 작년까지 소부장 스타트업 60개사를 선정한 바 있다. 일반기계부품 분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잇따라 소부장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고 있어 업계 내에서는 기대감이 높다”라면서 “특히 소부장 분야 육성이 곧 국가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 같아 업계인으로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소부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특성이 있다”라며 “정권 변동에 관계 없이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