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동 붐’ 시즌2 개막…반등 신호탄 쏜다

대중국 수출 감소로 판로확대 절실 정부·민간 합심해 중동 시장 공략

2024-06-22     김혜나 기자
국내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우리 중소기업이 중동 수출의 물꼬를 트고 있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판로 확보에 나선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경제단체는 중동을 새로운 공략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파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판로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그러나 지난달만 대중국 수출이 26.5% 감소하며 축소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 중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12.5% 감소했다. 월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통계에서도 감소세를 엿볼 수 있다. 대중국 경상수지는 지난 2021년 234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8000만달러 적자를 봤다. 지난 2001년 이후 첫 대중 적자 기록이다.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대중국 수출이 중국의 자급망 구축 등에 떠밀려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새로운 수출 판로에 중동이 주목받고 있다. 중동은 석유 기반의 ‘오일머니’가 국가경제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자원의 유한성이라는 특성 상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해졌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과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은 IRA와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중동 지역을 새로운 판로로 점찍고 나섰다. 중동 시장은 특히 한국 건설업계의 ‘기회의 땅’으로도 불린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중동 붐’ 시즌 2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재값 폭등과 고금리로 인한 한국 주택시장 부진에 직면한 건설업계의 ‘탈출구’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와 환담을 가지고, 지난 1월 중동을 순방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와 UAE 경제부가 체결한 MOU의 성과도 가시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양국 공동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중기부는 지난 11일 사우디 리야드 크라운프라자호텔에서 이영 장관과 사우디 중소기업은행 이사회 의장 요세프 알 베냔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공동기금 조성 체결식을 가졌다. 양국 공동기금 조성은 윤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 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한-사우디 투자협력 및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조치 일환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중동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공개 토론회와 3월 사우디 방문에 이어 이달 중동을 또다시 방문했다. 이 장관은 이번 공동기금 조성을 위해 양국을 오가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계도 판로 확대에 팔걷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2일과 13일 UAE 두바이에서 ‘Korea Trade Fair’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상담회에선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서 사전 초청된 바이어 140여개사 등 총 250여개사가 이틀간 500여건의 기업 간 거래(B2B) 수출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 속,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향한 움직임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반등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동은 오일머니 기반의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로, 최근 한국과 같은 제조 기술을 보유한 나라와 제휴를 희망하고 있다”며 “특히 두바이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최근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수출이 줄고 있는 만큼 수출 시장 확대가 절실하고, 최근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해 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으로 양국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