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경쟁력 2년 연속 하락, 재정 건전성 제고로 정부 효율성 높여야

2024-06-23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6월 20일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 올해 한국은 전체 평가 대상 6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2021년 23위에서 지난해 4단계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계단 내려앉으며 2년 연속 후퇴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놓고 우리와 경쟁하는 대만은 6위,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지인 중국은 21위였다.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한국의 국가역량이 뒤처지고 있다는 뜻이다. 말레이시아(27위)에도 순위가 밀려 충격이 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D가 평가하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주요 항목 중 분야별로는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도 「경제 성과(22→14위)」 부문에서 직전 22위에서 올해 14위로 8단계의 큰 폭 상승하여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반면, 「정부 효율성(36→38위)」은 직전 36위에서 38위로 2단계의 소폭 하락하였으며, 「기업 효율성 33→33위)」 과 「인프라(16→16위)」는 전년과 동일하였다. 분야별 세부부문을 살펴보면, 「경제 성과」에서는 국제무역(30→42위)을 제외한 국내경제(12→11위), 국제투자(37→32위), 고용(6→4위), 물가(49→41위) 등 모두 순위가 상승하였다.  하지만 「정부 효율성」의 경우, 재정(32→40위), 제도 여건(31→33위), 기업 여건(48→53위) 등에서 순위가 하락하였다. 무엇보다 재정 분야 순위가 2018년부터 하락세가 이어져 온 가운데, 지난해 32위에서 올해 40위로 8계단이나 추락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9위에서 24위로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국가채무가 지난 5년간 400조 원 이상 늘어 지난해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했고,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 적자 또한 11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영향도 크다.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부작용이 국가경쟁력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 매력도와 노동 관련 규제, 경쟁법 효율성 등을 따지는 기업 여건이 48위에서 53위로 최하위권이었고 관료주의는 64개국 중 꼴찌나 다름없는 60위로 추락했다. 반기업·반시장 정책들과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악화와 자산시장 침체 등으로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15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월까지 45조 원으로 벌써 올해 예상치의 78%에 도달했다. 한국재정정보원이 지난 6월 6일 공개한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지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중기(10년 후)와 장기(50년 후) 재정건전성 전망은 모두 ‘중위험’으로 분류됐다. 이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현재와 같은 재정 수준을 유지하면 그리스, 포르투갈 같은 수준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예산상 국가채무는 1,134조 4,000억 원이다. 3년 연속으로 매년 100조 원 안팎씩 국가채무가 증가한 가운데, 한 해 동안에도 국가채무가 66조 7,000억 원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일 단위로 나눠보면 하루에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1,827억 원이다. 또 1시간 당 76억 원씩, 1분 당 1억 2,690만 원씩의 나랏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앞으로 4년간 이자만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데도 재정 적자를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 준칙 법안은 32개월째 국회에서 공전 중이고, 총선을 앞두고 세금을 뿌려 표를 사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결국 건전재정 기반을 조성하고 공공 혁신 가속화를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 개혁으로 생산성 향상을 높이는 것이 바로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번 평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재정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엄중한 경고이고 기업 기 살리기와 저출산 대책이 시급하다는 바른 주문이며 국가 미래를 위해 여야가 정쟁을 삼가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무엇보다 표류 중인 재정 준칙부터 서둘러 입법화해 재정 건전성의 둑을 쌓는 게 급선무임을 유념하고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 빚은 지난해 4분기 1,867조 6,000억 원보다 13조 7,000억 원(0.73%) 줄어든 1,853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된 데 이어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33조 7,000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2.2%에 달했고 자영업자 1명의 평균 대출 규모는 3억 3,000만 원으로 비자영업자 9,000만 원의 3.7배에 달했다. 가히 부채 공화국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과 공공 부문 건전성을 지키지 못하면 이미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계·기업의 과다한 빚과 맞물려 국가 신인도 하락과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년 동기 0.1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졌고, 국내 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빚을 갚기조차 어려운 ‘한계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감소(합계 출산율 0.78명)와 고령화(기대수명 83.6세)로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급팽창하는데, 퍼주기 경쟁만 가열되면 국가경쟁력은 더 뒷걸음질 치고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재정 건전성 제고로 정부 효율성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